“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합법” 판결 후폭풍…의료계 잇단 반발

  • 뉴시스
  • 입력 2022년 12월 23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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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후폭풍이 거세다. 의료계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2일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제도·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해 새로운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3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면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은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해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검사자의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로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만이 전문적으로 수행해왔다“며 ”대법원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판단한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향후 발생할 현장의 혼란, 국민보건상의 위해 발생 가능성에 대해 의료계는 극도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피해는 온전히 대법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즉시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한의사들이 대법원의 판결을 빌려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대한영상의학회는 ”대법원 판결에 강력한 반대 입장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학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들은 ”대법원은 초음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공중 보건에 위해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매우 그릇됐다“면서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해도, 즉 방사선 유무나 방사선량 또는 직접적인 위해 가능성을 기준으로만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의학적 용도의 진단 장비 사용의 위험성은 반드시 ‘정확한 진단’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음파 검사는 탐촉자를 환자의 신체에 접촉해 육안상 보이는 구조물의 이상 소견 추정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의료행위가 아니다“면서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의학적 지식이 필수적이고, 질병의 확진을 위해 다른 영상의학적 검사 또는 이학적 검사들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초음파를 사용한 검사와 진단 과정은 근본적으로 한의사의 면허범위 밖이며 초음파 검사만으로 환자의 질환을 추정하고 확진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는 낮을지라도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과정에서 오진이 발생한다면 환자는 물론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해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영상의학적 검사는 일반의사나 다른 전문과 의사도 아닌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시행될 정도로 고도의 진단 검사“라면서 ”한의사들의 주장은 면허제도의 의미를 간과함과 더불어 전문 의료행위, 한방의료행위, 비의료행위의 구분을 무시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파기 환송심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등과 더불어 대법원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 건강에 끼칠 위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다면 내 가족일 수도 있는 환자의 심각한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누가 진단을 하는 것이 옳은지, 자신은 누구에게 진단을 받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면 옳고 그름의 여부가 쉽게 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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