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공의 0명…“장시간 육아상담 난색 표하면 악플, 수입 준 유일한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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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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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미달 사태로 병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국내 65개 병원에서 선발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199명이지만, 실제 지원자는 정원의 16.6%인 33명에 그쳤다. 이중 54개 병원은 지원자가 0명이었다. 사진은 13일 오후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을 잠정 중단한 가천대 길병원 모습.  ⓒ News1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미달 사태로 병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국내 65개 병원에서 선발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199명이지만, 실제 지원자는 정원의 16.6%인 33명에 그쳤다. 이중 54개 병원은 지원자가 0명이었다. 사진은 13일 오후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을 잠정 중단한 가천대 길병원 모습. ⓒ News1
최근 인천지역 종합병원인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와 입원을 중단하는 등 미래세대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아과 병·의원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소아과 의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가 아픈지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아기들과 예민한 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소아과 특성상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많은 데다 잦의 항의와 많지 않은 의료수가 등으로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소아과를 외면해 전국 96곳의 수련병원 중 무려 55곳이 소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구하지 못했다.

◇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3년전 80%→올해 15.9%로 급감…영남은 0명, 충북 전북 단 1명

대한소아청소년과 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나영호 경희대 의대 소아청소년가 교수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소아과 현실을 설명했다.

나 회장은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에 대해 “2019년 지원율이 80%로 줄어 38%, 28%, 그러다가 올해 15.9%까지 감소가 됐다”며 이에 “2023년도에는 수련 병원 전공의 정원에 39%만 근무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영남 쪽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전혀 없었다”며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충북대와 전북대 병원은 지원자가 단 1명, 경기 남부 거점 병원인 아주대 병원도 정원 5명에 2명만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2차 병원이나 3차 병원 진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낮은 진료수가, 저출산율로 환자까지 줄어 수입이 줄어든 유일한 과…미래비전 없다

지금도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4분의 3 정도의 병원에서 전문의가 당직을 서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당직으로 서는 병원이 25%, 2주에 한 번 이상이 42%”라며 “대학 교수들은 그다음 날 계속 외래진료, 병동 환자들도 돌봐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2년 정도) 심화돼 번아웃 현상까지 나타나고 교수들의 사직도 상당히 증가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소아과가 붕괴상황까지 온 이유에 대해 나 회장은 “전공의들에게 (소아청소년과) 미래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며 “지금까지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진료수가에 시달리면서도 대량진료로 보전 해왔지만 코로나, 초저출산율 때문에 진료량이 40%나 감소해 모든 과 중 개원 후 수입이 가장 낮고, 수년 전에 비해서 수입이 감소한 유일한 진료과다”라며 전공의를 기피하게 돼 있다고 했다.

◇ 아이 아닌 부모를 만족시켜야, 수십개 육아상담 폭풍 질문…불만족하면 항의, 소송

나 회장은 “좋아졌는지 안 좋아졌는지를 환자(어린아이)가 표현을 잘 못하니 부모나 조부모가 판단을 하는데 기대가 상당히 높은 이분들을 만족시키는 건 상당히 어렵다”며 “이분들과 상담이나 면담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오해가 많이 벌어진다”라는 점도 소아과 기피 이유에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여러 가지 궁금한 점, 육아에 대한 궁금한 점을 휴대폰이나 메모지에 여럿 적어와 (소아과 의사에게) 질문을 하는데 저희들도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지만 환자 진료시간이 좀 제한돼 있어 만족도를 충족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고 했다.

이런 경우 보호자들이 ‘불친절하다’고 항의하고 악플을 달고, 또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소송까지 이어지는 예가 많아 소아과 의사 멸종 상황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며 수가 인상 등 “전공의들에게 미래비전을 좀 더 밝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청했다.

또 정부를 향해선 “응급전담전문의,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신생아실,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에 대한 직접적인 예산지원과 보건복지부내에 소아, 청소년의 건강을 담당하는 부서가 개설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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