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장위 청약 저조…건설업계, 분양 새판짜기 ‘골머리’

  • 뉴시스
  • 입력 2022년 12월 9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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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과 장위 자이의 청약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해 분양 전략을 다시 짜고 있어요.”

지난 8일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가구가 5만 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어급 단지들의 분양 흥행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쪽으로 분양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고금리에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분양 시장에서 대어로 꼽혔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청약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커졌다. 연말 밀어내기 분양을 나선 건설사들은 분양 전략을 다시 짜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앞서 ‘10만 청약설’이 나돌았던 둔춘주공과 강북에서 ‘대어급’로 꼽힌 장위 자이의 청약 성적이 기대에 크게 밑돌면서 분양을 앞둔 건설업계는 자칫 미분양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이미 미분양 물량이 쌓인 지방에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7일 진행한 둔촌주공 1순위 해당지역 청약을 진행한 결과 3695가구 모집에 총 1만7378명이 접수해 평균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청약 접수 첫날인 6일 열린 1순위 해당지역(서울시 2년 이상 거주자) 청약에서 마감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 주택형이 예비입주자 500% 요건(청약 경쟁률 5대1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어 지난 7일 1순위 기타지역(서울시 2년 미만 거주자 및 수도권 거주자) 청약까지 진행해 3731명이 추가 신청하는 데 그쳤다. 전체 주택형 16건 중 절반이 2순위 청약까지 넘어갔다.

또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지난 7일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 956가구 모집에 299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3.1대 1에 그쳤다. 16개 타입 중 4개 타입만 접수를 마감했다. 소형 평수인 49㎡E에서는 11가구 모집에 신청이 10건에 그쳐 미달됐다.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두 단지의 청약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미분양을 물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전액 무이자, 계약금 안심보장제 시행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단지들인데도 청약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며 “고금리 여파에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분양가 낮추거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분양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낮아 계약금 전액 보장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며 “미분양 물량이 쌓인 일부 지방의 분양 전략을 무순위에 맞춰서 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한 수치로, 2019년 12월(4만7797가구) 이후 최대치다. 수도권은 7612가구로 전월보다 2.6%(201가구) 감소했지만, 지방이 3만9605가구로 전월보다 17.2%(5814가구) 증가했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866가구로 전월 대비 20.4%(147가구) 늘었다. 지난해 말(54가구)과 비교하면 16배 넘게 급증했다. 시·도별로 보면 대구(1만830가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6369가구), 경기(5080가구), 경남(4176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전북 지역 미분양 주택은 1383가구로 한 달 새 122.7%(762가구)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또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7077가구로, 전월보다 1.6%(122가구) 줄었으나, 서울은 210가구로 12.3%(23가구)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분양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나홀로 단지나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 등이 좋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과 무순위 청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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