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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박형준]MOU 체결만으로 해외 광물 확보할 수 있나

입력 2022-12-09 03:00업데이트 2022-12-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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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은 10년 이상 걸리고 성공률 20% 이하
정권 교체, 시세 하락에도 장기 관점 투자 필요
박형준 경제부장박형준 경제부장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정상들을 만날 때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협조를 구했다. 광산 자체를 매입해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윤석열 대통령)

“핵심 광물은 첨단산업의 씨앗이다. 정부로서도 광물자원 부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0월 말 TV 생방송으로 진행된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해외 광물 확보에 대한 이 같은 대화가 오갔다. 그렇게 해서 핵심 광물을 척척 확보하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자원이 곧 무기인 시대다. 하지만 광산을 매입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지 않는 한 안정적 광물 확보는 힘들다. 문제는 광산 매입과 투자에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2009년 3월, 지도상에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아프리카 니제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니제르 국영 광산 관리회사와 우라늄 공급 MOU를 맺으러 방문하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김신종 당시 사장을 동행 취재했다.

그때 광물 확보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우선 육체적으로 힘들다. 니제르를 방문하려면 출국 전에 황열 예방접종을 하고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어야 했다. 그랬더니 사흘 정도 근육통과 몽롱함에 시달렸다. 니제르에선 말라리아가 무서워 밤에 일절 돌아다니지 못했다. 니제르 중부 마다우엘라 광산을 취재할 땐 모래바람이 수시로 불었다. 옆 사람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더니 입 안에 모래가 버석버석 씹혔다. 김 사장은 몸살 증상이 있었고, 설사가 멈추지 않았지만 약을 먹으며 현장을 다녔다.

일이 되게끔 하기도 힘들다. 30년간 산업부에 몸담았던 김 사장이 2008년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됐을 때 직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서두르면 감사원 감사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유망한 해외 광산을 감지해도 규정대로 진행하다 보면 1, 2년이 흘렀고, 그 사이 중국, 일본이 채 갔다고 했다. 김 사장은 “확보해야 할 광물이라면 곧바로 계약하라. 문제가 생기면 사장인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올해 들어 에너지 수입 가격이 치솟으면서 비상경제민생회의, 국정감사 등에서 자원개발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땅 밑의 자원을 확인하고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탐사 단계만 2, 3년이 걸리고 개발과 생산 단계까지 가려면 통상 10년은 걸린다.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지만 실패하면 재정적 손실이 막대하다. 해외 자원개발 선진국도 10개 중 1, 2개 사업만 성공한다.

한국에선 정권이 바뀌거나, 자원 가격이 떨어지면 자원개발은 ‘돈 먹는 하마’로 지목된다. 김 사장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자원개발 관련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1, 2, 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자비로 수억 원의 변호사 비용을 댔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본 후배 공무원들이 감히 “자원개발에 나서자”고 주장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을 하려면 장기 프로젝트로 밀어붙일 뚝심이 있어야 한다. 개인 비리가 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겠지만, 일이 되게끔 하려고 내린 의사 결정을 법의 잣대로 재단해선 곤란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자원개발 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지금처럼 지원 역할에 그치는 게 낫다.

박형준 경제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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