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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연말에 어울리는 따뜻한 재즈[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입력 2022-12-07 03:00업데이트 2022-12-0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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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에디 히긴스 트리오 ‘Let It Snow’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원고를 쓰는 날 아침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창밖을 보다 바이닐 한 장을 턴테이블에 걸었다.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앨범 ‘Christmas Songs’다. 앨범 제목처럼 재즈 피아니스트 에디 히긴스가 중심이 되어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한 피아노 트리오 앨범이다. 난 이 앨범을 오리지널 CD,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캣’의 그림이 담긴 다른 버전의 CD로 갖고 있었고, 지난여름엔 겨울에 들을 걸 생각하며 바이닐로도 구매했다.

이처럼 같은 음악을 여러 장의 음반으로 갖고 있는 건 그만큼 앨범에 담긴 연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캐럴 음반이 있지만 겨울에, 그리고 성탄 즈음에 가장 자주 꺼내 듣는 건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이 앨범이다. 앨범의 첫 곡 ‘Let It Snow’부터 재즈가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은 완전하게 깨진다.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기분 좋게 스윙한다. 이지리스닝이라 해도 될 정도의 가벼움이다. 처음 들어도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익숙함과 경쾌함이 있다.

에디 히긴스의 연주는 대부분 이렇다. 그의 터치는 깔끔하다 못해 가볍다는 느낌까지 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재즈의 본토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그를 크게 대접해준 건 또 다른 재즈 강국 일본이었다. 미국인인 에디 히긴스는 일본을 주 활동 무대로 삼았고 일본 레이블과 계약하고 계속해서 앨범을 발표했다. 에디 히긴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한국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에서 그의 음반은 꾸준하게 팔렸고, 공연은 늘 성황이었다. 2008년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던 에디 히긴스는 건강이 악화돼 공연을 연기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에디 히긴스의 음악은 그가 나고 자란 미국에까지는 가 닿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그의 음악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가벼운 터치 때문일 것이다. 진지한 재즈 애호가들에게 에디 히긴스는 전혀 거론의 대상이 아니다. 그의 연주는 때론 ‘경음악’처럼 언급되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의 모든 연주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재즈가 홍삼이라면 때로 그의 연주는 홍삼 캔디처럼 너무 달게만 느껴질 때도 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그의 연주가 더 잘 어울린다.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캐럴은 왠지 들떠야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도 어울리고, 차분하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 연말의 분위기와도 모두 잘 어울린다. 너무 심오하지도, 너무 깊지도 않다. 그저 까딱까딱 고갯짓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스윙이 겨울 난로의 따뜻함과 닮아 있다. 더 이상 거리에선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 요즘의 겨울이 더 춥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들뜸과 차분함을 모두 가져야 하는 연말의 저녁에 에디 히긴스의 피아노가 함께할 수 있다면 그 겨울은 더 낭만적일 것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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