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같은 음악을 여러 장의 음반으로 갖고 있는 건 그만큼 앨범에 담긴 연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캐럴 음반이 있지만 겨울에, 그리고 성탄 즈음에 가장 자주 꺼내 듣는 건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이 앨범이다. 앨범의 첫 곡 ‘Let It Snow’부터 재즈가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은 완전하게 깨진다.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기분 좋게 스윙한다. 이지리스닝이라 해도 될 정도의 가벼움이다. 처음 들어도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익숙함과 경쾌함이 있다.
에디 히긴스의 연주는 대부분 이렇다. 그의 터치는 깔끔하다 못해 가볍다는 느낌까지 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재즈의 본토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그를 크게 대접해준 건 또 다른 재즈 강국 일본이었다. 미국인인 에디 히긴스는 일본을 주 활동 무대로 삼았고 일본 레이블과 계약하고 계속해서 앨범을 발표했다. 에디 히긴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한국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에서 그의 음반은 꾸준하게 팔렸고, 공연은 늘 성황이었다. 2008년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던 에디 히긴스는 건강이 악화돼 공연을 연기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그의 연주가 더 잘 어울린다.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캐럴은 왠지 들떠야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도 어울리고, 차분하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 연말의 분위기와도 모두 잘 어울린다. 너무 심오하지도, 너무 깊지도 않다. 그저 까딱까딱 고갯짓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스윙이 겨울 난로의 따뜻함과 닮아 있다. 더 이상 거리에선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 요즘의 겨울이 더 춥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들뜸과 차분함을 모두 가져야 하는 연말의 저녁에 에디 히긴스의 피아노가 함께할 수 있다면 그 겨울은 더 낭만적일 것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