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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일흔둘 ‘오빠’, 130분 휘몰아쳤다

입력 2022-11-28 03:00업데이트 2022-11-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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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 4년만의 단독 콘서트 현장
9년만의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등 변함없이 투명한 미성으로 23곡 열창
히트곡 부를 땐 1만명 관객 한목소리… LED 스크린 6개 무대연출도 압도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4년 만에 콘서트를 연 ‘가왕’ 조용필(왼쪽)이 27일 히트곡 ‘추억속의 재회’를 열창하고 있다. 마치 해저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영상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창가에 스쳐가는 젖은 눈의 그댈 보았네’라는 가사와 어우러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4년 만에 콘서트를 연 ‘가왕’ 조용필(왼쪽)이 27일 히트곡 ‘추억속의 재회’를 열창하고 있다. 마치 해저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영상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창가에 스쳐가는 젖은 눈의 그댈 보았네’라는 가사와 어우러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일흔둘의 나이에 ‘오빠’라는 호칭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있을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6일 열린 콘서트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무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점박이 셔츠에 흰 바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조용필은 여전한 ‘오빠’였다. 팬 1만 명은 2018년 50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른 ‘가왕’을 격하게 반겼다.

“3kg이 쪄서 주름살이 좀 없어졌다”는 그의 말처럼 조용필의 얼굴은 젊었다. ‘꿈’에서 시작해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모나리자’,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등 23곡을 열창한 2시간 10분 동안 초원을 가르는 듯한 가왕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투명했다.

조용필은 오랜만의 무대에 감격한 듯했다. 두 번째 곡 ‘단발머리’를 부를 때 객석을 응시하던 그는 “와” 하며 감탄했다. ‘꿈’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 세 곡을 연달아 부른 뒤 “가수 생활 한 뒤로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던가 생각이 듭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한 팬이 “사랑해요”라고 외치자, 조용필은 “나도요”라고 화답했다.

신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는 2013년 정규 19집 ‘헬로’ 후 9년 만의 신곡이다. ‘찰나’는 멜로디 랩을 삽입하고 사랑에 빠진 운명적 순간을 가사로 담았다. ‘세렝게티처럼’은 ‘킬리만자로의 표범’(1985년)의 대히트로 2001년 탄자니아 문화훈장을 받아 탄자니아를 방문한 조용필의 ‘탄자니아 시리즈’의 확장이다. 팝 록 장르인 두 곡 모두 해외 프로듀서가 작곡하고 김이나 작사가가 가사를 써 조용필이 기존의 음악적 틀을 깨고 젊은 세대까지 포용하는 곡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세렝게티처럼’ 고음 구간인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꿈을 던지고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 보는 거야’에서 특유의 힘 있는 미성을 선보였다. 이 곡을 부른 후 “녹음을 끝낸 뒤엔 늘 궁금하다.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저 그럴까?’ (곡을) 발표하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된다.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점은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팔을 뻗은 채 관객과 호흡하는 조용필. YPC프로덕션 제공양팔을 뻗은 채 관객과 호흡하는 조용필. YPC프로덕션 제공
휘몰아치는 히트곡의 향연에 매 순간이 클라이맥스였다. ‘못찾겠다 꾀꼬리’, ‘고추잠자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조용필이 함께 불렀다. “차분하게 옛날 분위기로 갑시다”라는 말과 함께 ‘친구여’를 시작으로 ‘그 겨울의 찻집’이 이어지자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는 관객도 있었다. ‘그 겨울의 찻집’에선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가사가 가슴에 사무쳤다. 마지막 곡 ‘여행을 떠나요’에선 모든 관객이 일어나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무대 음악이 주는 전율을 강조해 온 그답게 무대연출은 압도적이었다. 정면과 좌우, 위 네 개의 대형 스크린, 상단 좌우의 작은 스크린까지 총 여섯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활용됐다. ‘추억속의 재회’에선 전면 스크린 상단에 물결이 일렁이는 화면을 연출해 마치 조용필이 심해에서 노래하는 듯했다. ‘친구여’에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세렝게티처럼’에선 해 질 녘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이, ‘단발머리’에선 분홍 솜사탕구름이 펼쳐졌다.

조용필은 ‘세렝게티처럼’과 ‘찰나’가 수록된 정규 20집을 내년에 발매한다. 19집 이후 10년 만의 앨범이다. 1980년 100만 장 넘게 판매된 정규 1집 ‘창밖의 여자’로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쓴 그는 2013년 예순셋에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차트를 석권한 19집 수록곡 ‘바운스’로 살아 있는 전설임을 입증했다. 2023년 일흔셋의 가왕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조용필은 26, 27일에 이어 다음 달 3, 4일 KSPO돔에서 관객을 만난다. 네 차례 콘서트의 총 티켓 4만 장은 예매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매진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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