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1주일 강제휴진 조치… 쇼핑몰-식당들 속속 문 닫아
당국 “과잉방역 배제” 밝혔지만 시민들 3년째 고강도 방역 불만


건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또는 밀접접촉자가 파악돼 긴급 봉쇄 조치가 내려진 것이었다. 이제 위 씨와 직장 동료들은 해제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며칠이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위 씨는 “요즘 친구들이 ‘자고 일어나 보니 아파트가 봉쇄됐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사무실에서 하루는 버틸 수 있겠지만 봉쇄가 길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3년 전 코로나19 초기로 돌아간 듯”
베이징의 대규모 쇼핑몰이나 음식점들에서도 이 같은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야 했던 차오양구 샤오윈루(소雲路) 음식거리에 있는 식당 20여 곳은 이날 대부분 문을 닫았다. 18일부터 차오양구 당국이 식당 내 취식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몇몇 식당은 배달 영업을 하기도 했지만 배달원을 구하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었다. 가게 문을 닫은 한 식당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반 분위기와 지금이 너무 비슷하다. 3년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은 3년 가까이 시행해 온 고강도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잦은 봉쇄로 경제 위기를 맞게 되면서 수정이 불가피했다. 중국 국무원(정부)은 11일 격리 기간 단축, 2차 접촉자 판정 폐지 등을 담은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같은 완화 조치 이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 작은 병원에 “일주일 휴진하라”
베이징시는 21일부터 필수 시설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소규모 병원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며 사실상 일주일 휴진을 강제하기도 했다. 중국 학교들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끝까지 대면 수업을 고집했던 베이징 내 국제학교들도 21일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이번 조치로 거의 모든 시민이 당분간 집 안에만 머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공산당의 결정으로 확진자의 거주지 인근까지 모두 봉쇄하는 ‘무차별 봉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에 가까워지고 이에 따라 소규모 봉쇄 지역이 급증하면서 사실상 과거와 같은 전면 봉쇄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금지가 길어지면서 최근 폐업을 선택한 한 노래방 사장은 “오랜 봉쇄와 격리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이라며 “이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지도층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