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밤 전투기 띄우고 미사일-포사격… 핵실험 앞 몰아치기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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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쇄도발]한반도 긴장수위 높이는 北
北군용기 10대, 13일 밤 2시간가량 비행금지구역 5~7㎞ 접근 위협비행
다음날 새벽엔 순안서 SRBM 발사
서해-동해 ‘사격 금지’ 해상완충구역… 170여발 포격후 오후에 390발 또 쏴

북한이 13∼14일 군용기 위협비행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인 전방 포병사격을 4차례나 감행하면서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로 미사일 시험발사 중심이었던 북한의 도발 양상이 최근 포병사격 등 국지 도발까지 더한 복합 양상으로 변화해 한미 군 당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에 9·19합의를 위반한 북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 감행 전 ‘징검다리’로 국지 도발에 집중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2020년 6월 대북 전단을 빌미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총참모부(한국 합동참모본부에 해당)가 9·19합의 파기는 물론이고 접경지역 국지 도발까지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바 있다.
○ 北 14일 4차례 포사격, 9·19합의 위반 평가
북한은 13일 오후 10시 반부터 14일 오전 3시 7분까지 277분 동안 군용기 위협비행, 2차례 동·서해 포병사격,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추정 SRBM 1발 발사 등 3종의 도발을 감행했다. 이어 14일 오후 5시부터는 120분 동안 동해와 서해에서 총 390여 발의 포병사격을 또 실시했다. 유사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재래식 무기를 섞어 남한을 겨냥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인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앞서 6일과 8일 실시한 북한 군용기의 위협비행은 우리 군의 즉각 대응 출격 기준선인 전술조치선(TAL·군사분계선 북측 20∼50km)을 넘지 않았다. 이번엔 2018년 9·19합의 이후 처음으로 동·서부 비행금지구역 북방 5∼7km까지 군용기가 접근했다. 9·19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지상·해상·공중상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등을 하기로 한 합의다.

북한은 이날 오전 2시 19분에 총참모부 명의로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 군사행동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전선 적정(적에 대한 정보)에 의하면 13일 아군(북한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면서 이같이 밝힌 것. 하지만 북한이 언급한 ‘남조선군 포사격’은 실제론 1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원 철원 담터사격장에서 진행된 주한미군의 다연장로켓(MLRS) 사격 훈련이었다. 이 지역은 9·19합의로 포병사격이 금지된 군사분계선(MDL) 5km 이남에 위치해 있어 사격 훈련에 문제가 없다. 결국 도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트집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13일 45발의 연습탄을 발사한 데 이어 북한이 도발한 14일에도 3발의 연습탄을 남쪽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북방 동·서해상 완충구역에 하루 동안 560여 발의 포를 발사한 건 9·19합의 체결 후 최대 규모로 합의를 위반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리 군은 앞서 2019년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2020년 우리 군 감시초소(GP) 총격 등 2건을 대표적인 위반 사례로 평가해 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는 북한이 간헐적으로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는 행위 역시 ‘위반 사례’로 평가한 바 있다.
○ 한미, 병력 증강 배치 등 北 국지 도발 대응 강화
북한이 9·19합의 위반인 전방 포병사격을 감행하면서 군은 전방부대의 경계태세 및 화력 대기태세를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 당국은 북한이 MDL 인근 GP에 화기나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의 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지 도발에 대비해 감시장비 운용 시간 및 근무자를 늘리고, 북한이 남측으로 포사격 도발을 할 것에 대비해 대응포를 준비하는 등 대응 태세를 갖춘 것. 주한미군도 북한 지역의 전자신호와 통신·교신 정보를 집중 추적하는 신호정보(SIGINT·시긴트) 정찰기들의 정찰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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