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km-주말엔 70km… 달리면서 ‘나만의 자유’ 만끽”[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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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원장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공원을 질주하고 있다. 그는 부산 동래고 1학년부터 ‘삶의 돌파구’로 달리기 시작해 이젠 매일 20km, 주말엔 70km 완주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동윤 원장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공원을 질주하고 있다. 그는 부산 동래고 1학년부터 ‘삶의 돌파구’로 달리기 시작해 이젠 매일 20km, 주말엔 70km 완주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올해로 만 70세인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은 부산 동래고 1학년 때부터 달리기 시작해 50년 넘게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달리기는 공부에 찌든 학창시절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의 돌파구였고, 의사로 살면서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젠 지난 삶을 함께 돌아보는 좋은 ‘동반자’다.

“병원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해서 폐업을 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일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 집사람과 국내는 물론 세계를 여행하면서 인생을 즐길 생각입니다. 먼저 전국의 사찰,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달릴 생각입니다.”

대학 시절 불교학생회 회장이었던 이 원장은 아내와 국내 사찰과 역사 유적지를 돌아볼 계획이다. 그는 “그 사찰이 왜 그 자리에 들어섰고, 어떤 분의 비석이 왜 그곳에 세워졌는지를 보면 옛사람들의 삶이 보일 것이고 내 삶도 반추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지역을 아내는 걷고 난 달리면서 자세히 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에게 달리기는 삶 그 자체였다.

“공부만 하던 고교 시절 너무 재미없었어요. 나만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고민을 했는데 운동이었고 선택은 달리기였죠. 우리 시대에는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돼 있었어요. 기껏해야 달리고 자전거 타고 등산하는 것이었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으론 달리기가 최고였어요.”

매일 새벽 일어나 집 뒷동산을 뛰어 오르내렸다. 나중에는 토끼뜀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나만의 도전이었기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힘들면 걸어가면 됐다. 제약이 없었다. 나만 누리는 자유였다. 운동하고 아침 먹은 뒤 학교로 갔다. 아주 즐거운 시절이었다”고 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서도 틈나는 대로 달렸다. 단기간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데는 달리기가 최고였다. 의대를 졸업한 뒤에도 달리기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아침 달리기는 그 무엇도 줄 수 없는 행복이었다. 1990년대 중반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마라톤대회에서 일반인에게도 참가 기회를 주자 1997년 42.195km 풀코스에 도전했다.

“친구가 ‘마라톤 대회에 한번 나가보자’고 해서 춘천마라톤에 출전했죠. 마라톤은 ‘신세계’였습니다. 풀코스를 한 번도 달려보지 않아 ‘마의 30km’ 이후엔 걷다 뛰다시피 해 3시간40분55초에 완주했죠. 풀코스 한 번 완주에 ‘해냈다’는 만족감과 희열에 몇 개월은 취해 있었죠. 그래서 계속 출전했어요. 달리기는 제가 내적으로 더욱 강인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달리기를 통해 내 인생과 성공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2000년 ‘달리는의사들’이란 동호회를 만들었고,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해 달리는 행복을 주변에 알리고,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삶을 계속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00년 ‘달리는의사들’이란 동호회를 만들었고,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해 달리는 행복을 주변에 알리고,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삶을 계속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원장은 그냥 달리지 않았다. 남을 위해 달렸다. 2000년 ‘달리는의사들’이란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는 “달리면서 생기는 안전사고가 많았다. 그래서 의사들이 함께 달리면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보살피는 레이스 패트롤(Race Patrol)을 2001년 동아마라톤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달리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무턱대고 달리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 일어났다. 그래서 달림이들 교육을 했다. 분기에 한 번씩 무료 워크숍을 했다. 당시 인터넷이 뜰 때라 서울마라톤클럽 게시판 등에 ‘안전하게 달리는 법’ ‘부상 예방법’ ‘마라톤 에티켓’ 등을 계속 올렸다. 현재 ‘달리는의사들’ 홈페이지에도 즐겁고 건강하게 달리는 법을 계속 올리고 있다.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했다.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3년째 열지 못했다. 2010년부터는 산을 달리는 행복트레일런대회도 개최했다. 역시 자선 대회다. 매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에 개최하는 행복트레일런대회는 코로나19에도 계속 열었다.

이 원장은 풀코스를 200번 가까이 완주했지만 이젠 대회 출전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혼자서 달리는 게 더 좋다.

“막연하게 건강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됩니다. 그럼 운동을 하지 않아요. 목표를 세우고 달려야 합니다. 호주 원주민들은 하루 20km를 걷고 달렸어요. 인간은 매일 아침저녁 합쳐서 20km는 달려야 한다고 봅니다. 주말엔 토요일 일요일 70km를 달려야 진정한 마라토너 아닐까요? 전 그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달리기#건강#마라톤#달리는의사들#마라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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