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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64세 미화원 유족 “동생-자식 돌보느라 은퇴도 못하고 일하더니…”

입력 2022-09-28 03:00업데이트 2022-09-2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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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1시간 앞두고 사고 당해…”
희생자 빈소마다 안타까운 사연
화재 대피방송하다 끝내 못피한
방재실 근무 40대 뇌사상태
“동생들, 자식들 돌보며 평생 고생만 하다 간 우리 형, 이렇게 떠나면 어떡해….”

27일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앞에서 만난 이천배 씨(61)는 전날 화재로 숨진 형(64)에 대해 말하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의 형은 전날 오전 아울렛 지하 1층에서 불이 나자 피하려다 화물 엘리베이터 안에 고립됐고 다른 피해자 2명과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집안 사정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던 형은 중학교 졸업 후 바로 생업에 뛰어들었고, 원양어선까지 타면서 두 동생을 뒷바라지했다”고 했다. 동생들을 대학까지 보낸 후 한숨 돌린 형은 결혼 후 두 자녀를 뒀는데 설상가상으로 둘째 아들은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환경미화원 등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 형이지만 아들 걱정 때문에 은퇴할 여유가 없었다. 2020년 아울렛이 문을 열자 자진해 환경미화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이번에 참변을 당했다”며 애통해했다.

아울렛 협력업체에 입사한 지 5개월여 만에 사망한 이모 씨(36)의 빈소는 충남대병원에 마련됐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기시설을 담당했던 이 씨는 화재 당일 퇴근을 1시간 앞두고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에서 만난 이 씨의 작은아버지는 “조카가 열심히 공부해 올 초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새 일자리를 얻었다며 좋아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지난 추석에 만나 함께 소주 한잔했던 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화재 사실을 초반에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대피 방송을 하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방재실 근무자 박모 씨(41)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현재 뇌사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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