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사내 회계시스템 허점 악용해 피해자 주소 빼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전, 징역 9년 구형직후 범행 결심”
경찰, 오늘 보복살인 혐의 檢송치
피해자, 법원에 “가해자 엄벌해야”
결심공판때 변호인 통해 의견 전달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의자로 구속된 전주환(31)이 서울교통공사 회계 프로그램의 허점을 악용해 피해자 A 씨의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환은 201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통과했는데, 사내 회계 프로그램에도 익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주환은 실무 수습을 못 마쳐 정식 회계사 자격증을 받지 못했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범행 전 전주환은 지하철역에 들러 자신을 ‘휴가 중인 직원’이라고 속이고 재무회계 등을 관리하는 전사자원관리(ERP)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A 씨의 주소지 등 개인정보를 파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일반 인사 시스템과 달리 회계 시스템에선 주소지 등의 정보 열람이 가능한 허점이 있었다”며 “보통 직원들은 잘 모르는 경로”라고 했다. 지하철역을 찾은 것은 회계 시스템의 경우 내부망에서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뒤늦게 이 시스템을 통한 개인정보 접근을 차단했다.

또 전주환은 지난달 18일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한 직후 A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범행 직후 조사에서 진술한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계획적 보복 범행’임을 시인한 것이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 역시 A 씨가 그를 처음 고소한 지난해 10월 사서 보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주환은 경찰에서 “범행 당시 머리카락을 흘리지 않으려고 위생모를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환이 범행 당일 은행에서 1700만 원의 예금 인출을 시도했으나 전화금융사기 피해자로 의심한 직원이 인출을 말렸던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후 현금을 도주 자금으로 쓰려던 것인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측 기자회견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족측 기자회견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편 피해자 A 씨의 유족 측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 씨가 자신을 통해 지난달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스토킹·불법촬영 사건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전주환)이 절대 저에게 보복할 수 없도록 엄중한 처벌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민 변호사는 “(당시) A 씨는 피고인(전주환)이 온당한 처벌을 받길 원하며 탄원서를 여러 차례 냈다”며 “(전주환은) 첫 공판 기일에 늦게 출석해 범행 이유를 ‘너무 힘들 때 술을 마셔서 그랬다’고 진술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반성문에도 변명만 가득했다”고 했다.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가)는 이날 전주환을 면담했다. 서울경찰청은 면담 결과를 토대로 ‘사이코패스 검사’를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21일 보복 살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전주환을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신당역 스토킹 살인#전주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