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진핑 방한 초청… 리잔수 “편리한 시기 방중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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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한중관계 새 30년 열 중요 계기”
리잔수 “정확하게 보고하겠다”

中서열 3위 리잔수 만난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리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中서열 3위 리잔수 만난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리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중 관계를 향후 30년간 상호 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하여 질적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갈 중요한 계기”라고 밝혔다. 이에 리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초청을 시 주석에게 정확하게 보고하겠다”면서 “윤 대통령도 편리한 시기에 방중(訪中)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리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선 “상호 예민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통상 ‘예민한 문제’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을 때 쓰는 표현이다. 리 위원장은 이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회담에서도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위원장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등을 겨냥해서도 김 의장에게 “미국이 불공정하게 세계 공급망 질서를 해친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잇따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한미 관계가 긴장 속에 놓인 상황에서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한중 걸림돌 안돼야” 尹언급에… 리잔수 “예민한 문제”
김진표 국회의장(앞줄 오른쪽)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앞줄 왼쪽)을 안내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장 격으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중국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진표 국회의장(앞줄 오른쪽)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앞줄 왼쪽)을 안내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장 격으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중국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초청 의사를 직접 밝힌 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으로 다소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반기 대중(對中) 관계 개선은 우리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지난달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략적 소통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8년간 한국을 찾지 않았다.

다만 미중 관계가 격화될수록 미국을 사이에 놓고 사드 등 한중 간 갈등 요소 역시 부각될 가능성이 큰 건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사드와 관련해 “양측이 서로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리 위원장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는 표현인 “예민한 문제”라고 직접 거론한 것도 이러한 긴장 기류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 위원장은 이날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도 “우리는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한다는 정신에 따라 예민한 문제를 계속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중국이 통상 대만 문제를 언급할 때 쓰는 ‘핵심 이익’과 사드를 의미하는 ‘예민한 문제’란 표현을 동시에 쓰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리 위원장은 한국이 미국의 공급망 질서 재편에 참여하는 것도 거듭 경계했다. 이날 김 의장에겐 “시 주석께서 중한(한중) 관계가 이런 눈부신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양측이 긴 안목을 가지고 상호 존중과 상호 신뢰, 호혜, 윈윈, 개방, 포용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윈윈, 개방’ 등의 표현을 쓴 바 있다. 리 위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도 했다.

리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1시간가량 머물며 LG의 미래 기술과 핵심 제품들이 전시된 이노베이션 갤러리를 둘러보기도 했다. 두 달 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과 같은 독재 국가가 불공정한 질서를 통해 각국에 안보 위협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경고장을 날린 장소를 그대로 찾은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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