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여왕, 서거 이틀전까지 직무 집중”… 추모 100만명 몰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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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직 사표 내러 여왕 만나 “병색 짙은데도… 책임감에 감동”
여왕 관 보려면 20시간 대기 예상… 英 “텐트 치거나 미리 줄 서지 말라”
“나라 경제 위기인데 호화 장례식” 군주제-찰스 3세 리더십 비판도

“여왕의 마지막 여정 보자” 거리 메운 인파 12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보려는 인파가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시민에게 공개된 여왕의 관은 13일 오후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14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진 관은 나흘간 일반에 공개된다. 에든버러=AP 뉴시스
“여왕의 마지막 여정 보자” 거리 메운 인파 12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보려는 인파가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시민에게 공개된 여왕의 관은 13일 오후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14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진 관은 나흘간 일반에 공개된다. 에든버러=AP 뉴시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면에 들기 이틀 전인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城).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 임명을 앞두고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열네 번째 총리였던 존슨 전 총리는 12일 BBC방송에 “그날 여왕은 병색이 확연해 보였지만 총기 있는 태도로 대화에 집중했다”며 “여왕의 책임감에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여왕으로서 마지막 의무를 다한 엘리자베스 2세가 눈을 감은 지 나흘이 지났지만 영국 국민의 추모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도착한 관이 공개되자 수많은 시민이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 여왕 관 보러 런던에 100만 명 운집할 듯
밸모럴성에서 출발한 여왕의 관은 스코틀랜드 의회를 거쳐 이날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도착하며 스코틀랜드 여정을 마무리했다. 거리는 ‘세기의 운구 행렬’을 맞이하러 이른 아침부터 나온 추모객으로 가득했다. 새벽부터 성당 앞 거리가 철야 추모객으로 붐비자 구세군은 따뜻한 음료를 제공했고 화장실과 급수대도 배치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경의를 표한 뒤에는 줄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도록 바로 출입구에서 벗어나 달라”고 안내했다.

‘어머니관’ 앞에 선 찰스 3세 국왕 12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인 찰스 3세 국왕이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여왕의 관 앞에 서 있다. 관 왼쪽에는 여왕의 딸인 앤 공주가 서 
있다. 여왕의 자녀들이 관을 둘러싸고 서 있는 모습을 시민들이 보고 있다. 에든버러=AP 뉴시스
‘어머니관’ 앞에 선 찰스 3세 국왕 12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인 찰스 3세 국왕이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여왕의 관 앞에 서 있다. 관 왼쪽에는 여왕의 딸인 앤 공주가 서 있다. 여왕의 자녀들이 관을 둘러싸고 서 있는 모습을 시민들이 보고 있다. 에든버러=AP 뉴시스
백파이프 연주 속에 운구 행렬이 성당에 들어온 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비롯한 왕실 일가가 장례 예배에 참석했다. 오후 5시 반경 일반 대중에게 관이 공개됐다.

관은 13일 왕실 군용기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튿날 웨스트민스터홀로 다시 옮겨진 뒤 장례식 당일인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대중에게 공개된다. 영국 언론은 최대 100만 명 이상이 여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왕의 관을 보려면 20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인근 템스강변에는 12일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영국 정부는 “미리 줄을 서거나 (기다리면서) 텐트를 치면 이동하라고 요구하겠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 “국민 빈곤한데 호화 장례식” 비판도
영국 군주제와 새 국왕 찰스 3세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런던 직장인 벤저민 호드게이스 씨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여왕은 새 총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명하는) 형식적인 역할만 했다”며 “여왕은 워낙 아이콘 같은 인물이었지만 찰스 3세의 영향력은 그보다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찰스 3세보다)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의 리더십이 더 기대된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젊은 세대일수록 군주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올 5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국민 중 군주제 찬성 비율은 65세 이상에서는 74%였지만 18∼24세에서는 24%에 불과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전국이 경제난에 시달리는데 장례 절차에 천문학적 비용을 쓰는 것에도 비판이 인다.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인 숄라 모스쇼그바미무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천만 명이 집 없이 살고 수백만 명이 물가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왕의 죽음에 수백만 파운드가 든다”고 비판했다.

옛 식민국가에서는 과거 영국이 약탈한 재물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인도에서 발굴돼 1849년 영국으로 넘어가 왕관 한가운데 박힌 105.6캐럿 코이누르 다이아몬드에 대해 인도에서는 “오래전에 인도로 돌아왔어야 했지만 여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칼럼니스트 하워드 프렌치는 “많은 국가를 순방한 여왕은 과거사를 비판하거나 사과하지 않으면서 유능하게 국가와 체제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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