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어떡해” 생사 엇갈린 엄마, 빈소서 울다 쓰러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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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참사’ 10대 눈물 속 입관
숨진 7명 중 50대 여성 첫 발인
남편 “주차장 함께 안 간 것 후회”

“○○아, 아이고 우리 ○○이 어떡해….”

8일 오후 3시 반 경북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김모 군(15)의 어머니 김모 씨(52)가 흐느끼며 아들의 이름을 수차례 불렀다. 김 군은 6일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라’는 관리사무소 안내방송을 듣고 어머니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황급히 내려갔다가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고립됐다.

어머니는 천장 배관 위에 엎드려 14시간 넘게 버틴 끝에 구조됐지만 김 군은 “엄마,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남긴 채 헤엄쳐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김 씨는 이날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아들의 입관식을 찾았다.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본 어머니는 오열하며 쓰러졌고, 다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입관식에는 유족 20여 명과 김 군의 학교 친구 20여 명이 참석했다. 입관식이 진행되는 10여 분 동안 유족과 친구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김 군의 이름을 불렀다. 김 군의 아버지는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내가 몸도 안 좋은데 울다 쓰러져 걱정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전 같은 장례식장에선 역시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사망한 주부 허모 씨(55)의 발인식도 진행됐다. 지하주차장 희생자 7명 중 첫 발인이었다. 발인식에는 40여 명의 유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허 씨의 남편 박모 씨(58)는 “결혼 후 33년 동안 평생 시댁 뒷바라지만 하다 갔다. 그날 같이 내려갔어야 했는데, 차라리 내가 갔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자책했다. 허 씨는 당시 안내방송을 듣고 ‘차를 빼야겠다’며 지하주차장으로 향했고, 박 씨는 뒤늦게 걱정돼 따라나섰지만 순식간에 불어난 물 때문에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 발인식에서 영정 사진과 관을 뒤따르던 허 씨의 딸은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허 씨를 제외한 나머지 희생자 6명의 발인은 9일 진행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유족들은 합동 영결식을 치르지 않고 각자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유가족에게 35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심리치료 및 장례비용은 별도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항=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포항#주차장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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