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토핑 AI, 소스 뿌리는 로봇… 3분만에 피자 ‘뚝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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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매출 135억 ‘고피자’의 푸드 테크 솔루션

고피자가 개발한 로봇 팔 ‘고봇 스테이션’은 구워져 나온 피자를 자르고, 그 위에 소스를 뿌리고, 온열 공간으로 운반한다. 고피자 제공
고피자가 개발한 로봇 팔 ‘고봇 스테이션’은 구워져 나온 피자를 자르고, 그 위에 소스를 뿌리고, 온열 공간으로 운반한다. 고피자 제공
어느 피자 가게 주방 안. 초벌로 구워진 수타 피자 도를 토핑 테이블에 올리면 인공지능(AI)이 어떤 재료를 얼마만큼 올려야 할지 알려준다. 토핑 작업이 완료되면 피자는 컨베이어 형식의 자동 화덕으로 들어간다. 피자가 구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 굽기가 완료되면 로봇 팔이 피자를 자르고 소스를 뿌린 뒤 식지 않도록 피자를 온열 장치로 옮긴다.

피자 브랜드 ‘고피자(GOPIZZA)’의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고피자는 AI, 로봇 등 푸드 테크 기술을 활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1인용 피자를 개발했다. ‘피자 업계의 맥도날드’가 되겠다는 목표로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고피자는 2021년 매출 약 135억 원을 기록하고 올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꼽은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전체 11위, 외식 업계 2위로 꼽혔다. 고피자는 어떻게 푸드 테크 기업으로 성장해 유니콘을 꿈꾸게 됐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월 2호(351호)에 실린 고피자의 스케일업 전략을 요약 소개한다.
○ 3분 만에 구워지는 1인용 화덕 피자
빠르게 피자를 만드는 고피자의 핵심 비결은 화덕이다. 보통 화덕은 불이 한쪽 면에만 있어 음식을 고루 익히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삽 등으로 화덕 안에 있는 음식을 돌려줘야 한다. 번거로운 작업일 뿐만 아니라 삽 자체가 무거워 건장한 성인 남성 직원도 쉽게 지치곤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피자는 자동으로 회전하면서 온도를 조절하는 화덕, ‘고븐(GOVEN)’과 70∼80% 정도 미리 구워 급속 냉동한 ‘파베이크’ 피자 도를 개발했다.

고븐과 파베이크 도로 3분 만에 구워지는 1인용 피자를 만들 준비를 마친 고피자는 2018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첫 매장을 열었다. 가격대를 최저 49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 학생들의 간식으로 포지셔닝했다. 상대적으로 음식에 대한 편견이 적은 청소년을 타깃으로 피자를 패스트푸드처럼 즐기도록 의도한 것이다.
○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품질 관리
고피자 1호점은 성공적이었다. 주 고객인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이 끝나면 떡볶이, 햄버거를 먹듯 고피자에서 피자를 먹었다. 1호점을 낸 지 3개월 만에 고피자는 국내 20호점을 돌파했다. 그러나 매장이 서른 개가 넘어갈 때쯤 고비를 맞았다. 고객들이 찍어 올린 리뷰 사진을 보니 본사가 개발한 메뉴와는 전혀 다른 모양의 피자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이 급속히 늘어나다 보니 품질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이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작업자의 숙련도와 메뉴 등을 파악해 피자의 품질을 검수하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피자 제공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작업자의 숙련도와 메뉴 등을 파악해 피자의 품질을 검수하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피자 제공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전 지점에 폐쇄회로(CC)TV라도 달아 품질을 검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생각하는 CCTV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가 고객에게 나가기 전 AI가 한 차례 품질을 검수해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케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매장에 카메라, 클라우드 컴퓨터만 있으면 되기에 보급도 용이해 보였다.

고피자는 이러한 기술 도입을 위해 2020년 머신러닝 연구원을 영입하고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피자를 만드는 전 과정에 기술을 적용해 비용, 생산성 등을 꼼꼼히 테스트했다. 그리고 첫 아이디어였던 제품 품질 감독용 AI 카메라뿐 아니라 도를 자르는 로봇 팔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고피자가 생각하는 기술의 역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높은 비용과 고장 가능성 탓에 주방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핑 등 핵심 작업은 사람이 직접 수행하되 소스 뿌리기, 피자 자르기 등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 없는 작업은 로봇 팔이 담당하도록 했다. 고피자의 푸드 테크 솔루션은 모듈화돼 있어 매장의 매출 규모에 따라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이에 가맹점주들에게 무리한 비용 부담을 떠넘기지 않아도 됐다.
○ 인도에서 맛보는 K피자
국내에서 프랜차이즈로 낼 수 있는 매장은 1000개 정도로 한정적이다.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외식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상장에 성공해도 기업 가치가 작다. 유니콘이 되고자 한다면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2025년 미국 상장이라는 목표를 갖고 고피자는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2019년 인도 벵갈루루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고피자는 현지에서 파트너를 찾거나 라이선스를 판매하지 않고 직접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세계 어디서든 한국 고피자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해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품질은 한국과 동일하게 유지했지만 시장 전략은 인도 현지에 맞게 수정했다. 한국의 가성비 전략과는 정반대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이다. 인도 도미노피자에는 900원짜리 제품도 있다. 고피자는 가성비보다는 푸드 테크를 활용한 고품질을 앞세워야 인도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마살라 양념 등 인도식 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현지화하기도 했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는 “인도는 시장 규모가 크고 외국 문화에 개방적인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1, 2개 매장만 성공시켜도 기업 가치를 키우기 수월하다”며 “조기 국제화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 고피자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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