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장사익 “사랑-미움이 인간의 역사…이제 다시 만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6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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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소리판’ 복귀 장사익 인터뷰
“이젠 몇 키 낮춰 불러…나이에 맞게 살아야지”


4년 만에 전국투어 소리판 여는 소리꾼 장사익. 김재명 기자
4년 만에 전국투어 소리판 여는 소리꾼 장사익. 김재명 기자

노래 ‘찔레꽃’으로 유명한 장사익(73)의 소리는 전통국악도 대중가요도 아닌 ‘장사익류’로 불린다. 45세에 처음 무대에 섰던 그의 음색엔 먼 길을 돌아온 듯한 삶의 애환이 베여있었다. 1995년 1집 ‘하늘가는 길’을 발표한 후 그는 13번의 전국투어 공연과 9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데뷔 24주년인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한국가수 대표로 애국가를 불렀다.

장사익의 전국투어 ‘소리판’이 다음달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1994년 이후 2년마다 전국투어에 나섰지만, 최근 4년간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던 공연이다. 4년만에 ‘소리판’ 복귀를 앞둔 그를 5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택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번 소리판 주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로 정했다. 어떤 의미인가.


“마종기 시인 ‘우화의 강’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20년 지기가 10년 전부터 술버릇처럼 읊던 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싸움도 하고 사랑도 하고 미워하면서 인간의 역사가 된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만남 자체가 차단됐다. 부서지고 깨지고 화해하는 과정이 사라졌다. 이제 만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장사익은 이번 공연의 첫곡을 기타연주로 장식한다. 김재명 기자
장사익은 이번 공연의 첫곡을 기타연주로 장식한다. 김재명 기자


―‘우화의 강’과 서정춘 시인의 ‘11월처럼’, 허형만 시인의 ‘구두’, 한상호 시인의 ‘뒷짐’ 등에 운율을 더한 신곡 4곡을 발표한다.



“나이를 먹어가는 내게 깨달음을 줬던 시들이다. 올해 73살인데 야구로 치면 8회말 정도 왔다. 소리도 예전만 못하다. 젊을 땐 ‘하이C’(피아노의 여덟 옥타브 가운데 일곱 번째 옥타브의 ‘도’)까지 올라갔는데 이젠 잘 안 돼서 몇 키 낮춰서 부른다. 그렇다고 서글프진 않다. 나이에 맞게 살아야지. 분수를 모르면 푼수라는데 그 말이 진짜다.”

―2016년엔 성대결절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사형 선고처럼 여겼다. 노래하는 사람인데 높은 소리 안 나고 갈라지면 어떡하나. 우사인 볼트의 다리 하나가 부러진 거랑 같다. 수술하면 1년간 노래 못한다고 해서 고민했다. 그런데 ‘고쳐서 더 튼튼하게 오래 가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마음을 바꿨다. 수술만 2번하고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

―회복 후엔 보란듯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영광이고 감사했다. 애국가는 우리의 전통을 담은 으뜸 곡이니 크고 강하게 불러야 한다. 키를 서너 개 올려서 쭉쭉 밀어내듯 불렀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기가 세구나, 에너지가 있구나 하지 않겠나.”

4년 만에 전국투어 소리판을 여는 장사익. 김재명 기자.
4년 만에 전국투어 소리판을 여는 장사익. 김재명 기자.

마흔다섯. 불혹을 넘긴 후에야 그는 소리꾼으로 살게 됐다. 그 전까지 장사익은 도무지 정착할 줄 몰랐던 ‘문제적 직장인’이었다. 25년간 회사만 15군데를 옮겨 다녔다.

“안 다녀본 회사가 없다. 보험회사 무역회사 카센터까지. 직장생활이 안 맞는 사람인데 그걸 모르고 꾸역꾸역 다녔다. 그땐 세월을 버린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다 배움의 시간이었다. 무료함을 달래려 노래교실도 다니고 악기도 배웠다."

1992년 회사를 그만둔 그는 태평소 연주자가 되겠다며 전국의 농악, 사물놀이를 돌며 공연했다. 2년 후 어느 날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피아노 반주에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날 마음이 맞았던 두 사람은 신촌에 있는 소극장에서 두 사람은 이틀간 공연을 올렸다. 100석 규모였지만 800명의 관객이 몰렸다. 장사익 소리판은 그렇게 시작됐다.

“임동창이 ‘형! 세상에 한 번 나갑시다’라 했을 때 난 ‘내 나이 마흔다섯인데 무슨 소리냐’고 대꾸했다.(웃음) 그 후 30년 간 전국을 떠돌며 노래한다. 정체성 없고 이도 저도 아니지만 명창에게나 붙일 법한 이름인 소리꾼으로 불러주신다. ‘소리꾼처럼 제대로 하라’는 의미 아니겠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서울 공연에선 시를 노래한 신곡을 추가했다. 서정춘 시인의 ‘11월처럼’ 허형만 시인의 ‘구두’ 한상호 시인의 ‘뒷짐’ 등이다. 서울 공연 이후 12월엔 전주 대전 대구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4만~1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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