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철의 여인’ 탄생 임박…트러스, 차기 英총리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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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5일 1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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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영국은 ‘제2 철의 여인’이 탄생을 앞두고 있다. 교내 모의 총선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역을 맡았던 7살 리즈 트러스(47) 외무부 장관의 어린 시절 꿈이 현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 보수당원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당대표 선출 투표가 지난 2일 마감돼 이날 승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최종 2인에 오른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어 당심의 향방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에 따라 트러스 장관의 다우닝가 10번지 입성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영국은 제1당 보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트러스 장관이 총리에 오르면 마거릿 대처와 테리사 메이에 이어 역대 세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야망’은 트러스 장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입지를 위해서라면 결코 이념 전향도 마다하지 않는 출세 지향적 모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그가 현재 자신의 정치적 우상으로 꼽는 대처 총리 반대 시위에 나갈 만큼 좌파 성향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옥스퍼드대 학창 시절 자유민주당에서 활동하며 군주제를 비판한 이력이 있다. 현재 그는 왕실은 영국에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CIT·브렉시트)가 자유시장경제에 위배된다고 반대했으나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에 들어서면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에 대해 영국 공영 BBC방송은 ‘웨스트민스터의 야망’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변신자’(shapeshifter)라고 해도 무방하며 일각에서는 그가 승진에 적합할 때 회전하는 ‘풍향계’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1975년 7월 26일 옥스퍼드에서 리즈대 수학과 교수 아버지와 보건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영국 정가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정치·경제·철학 융합학과(PPE)를 전공했다. 졸업 후 정계 입문 전 에너지·통신분야에서 10년간 종사했다. 그 기간 2001·2005년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노동당 텃밭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당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 강세지역인 잉글랜드 동부 노퍽 남서부 지역구에 공천받아 마침내 정계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3명의 총리 밑에서 6개 장관직을 수행함에 따라 정계에서는 대체로 능력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의회 진출 2년만인 2012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돼 내각에 입성했고 2014년 환경부 장관을 맡았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패배로 들어선 메이 총리 내각에서 법무부 장관에 기용됐다. 이후 존슨 총리 내각 초기 국제통상부 장관을 맡아 브렉시트 이후 무역협상을 이끌었고 그 외교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외무·영연방개발부 장관과 브렉시트 협상 대표로 발탁됐다.

경선 과정에서 수낵 전 장관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세금 인상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는 300억파운드(약 47조1597억원) 규모의 통큰 세금 감면을 공언했다. 강한 보수성향을 내세워 당내 우익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당대표 선거는 총선이 아니기 때문에 당심을 사로잡는 게 관건이다. 다만 이 같은 강성 이미지는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을 상대로 승리하는 데 상당한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장관의 차기 총리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벤 윌리스 국방장관은 그가 일관되지 않은 정치적 행보를 걸어온 데 대해 “그가 능란한 판매원이 아니라 진실하기 때문”이라며 “그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정직하다”며 비호했다. 반면 도미닉 커밍스 전 존슨 총리 수석 보좌관은 “그는 존슨 총리보다 더 나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누가 당선되든 대처 총리 이후 최악의 새 총리 인트레이(in-tray)가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외적 인지도는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WP는 수년간 공직을 역임하고 정계에서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국인은 그를 정말 모른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가 런던 시장, 신문 칼럼니스트, 화려한 웅변가 등으로 취임 초기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재출마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한편 존슨 총리는 파티 게이트, 측근 성 비위 비호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지난 6월 불신임 투표에서 기사회생했지만 의원들이 내각에서 줄사퇴하는 통해 지난 7월7일 끝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익일 다우닝가에서 퇴임 연설을 할 것이며 이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공식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총리 이취임식은 여왕의 거동 문제로 통치 기간 처음으로 런던 버킹엄 궁전이 아닌 스코틀랜드 휴양지 발모랄성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차기 총리는 여왕 즉위 이래 15번째가 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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