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1시에 시험봐요” “준비됐다”…조국 아들 대리시험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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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2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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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비리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입시 비리 및 감찰무마’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족비리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입시 비리 및 감찰무마’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재판에서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시험을 대리한 정황이 공개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용)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이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 비리와 대리 시험 등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 조원 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재학 중 과제 대필과 온라인 시험 대리 등을 해왔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9월경 정 전 교수는 가족 채팅방에 “원이 퀴즈 시작하자”고 말한 뒤 역사학 관련 과목의 객관식 시험 문제 답안을 올렸고, 조원 씨는 이러한 방식으로 만점을 받았다.

또 다른 민주화 관련 과목에서도 두 차례 대리 시험을 쳤다. 조 씨는 같은 해 12월경 가족 채팅방에 ‘아빠 저 1시에 시험 봐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조 전 장관은 “아빠 준비됐다.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정 전 교수)은 마음대로”라고 답했다.

조 씨가 시험 시작을 알리자 조 전 장관은 “문제를 이메일로 보내주길”이라고 했으며, 조 씨는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조 전 장관 부부에게 문제를 전달했다.

정 전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 조 씨의 과제를 대신 작성해주기도 했으며, 조 씨는 그런 정 전 교수에게 “힘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조지워싱턴대의 학문 윤리 규정을 보면 타인의 성과를 자신의 것인 양 가져오는 행위 등을 명시하고, 거짓 행위를 반복하면 낙제한다고 돼 있다”며 “한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본 게 발각됐다면 0점 처리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의 부정행위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지난해 6월 대리 시험 내용과 관련해 “조 씨가 2011년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다”며 “학교폭력 피해자의 경우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재판부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학교폭력)에 대한 열패감이 평생 가서 여러 케어 필요성이 있었다”며 “당시의 특수성에서 이뤄졌던 대응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처럼 일반화됐다”고 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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