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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A형-B형 폐-신장 혈액형이 O형으로 변신… 장기이식 걸림돌 사라진다

입력 2022-08-19 03:00업데이트 2022-08-1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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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에 당단백질 분해 효소 주입, 특정 혈액형 결정짓는 항원 사라져
모두에게 이식 가능한 O형처럼 변해
기증자-수혜자 혈액형 달라도 이식, 수술 대기시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이 이식용 폐의 혈액형을 A형에서 O형으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니버시티 헬스 네트워크 제공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장기 이식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였던 기증자와 수혜자의 다른 혈액형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식용 장기 혈액형 문제가 해결되면 조건에 맞는 기증자를 찾기 위해 소모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체내 효소 주입해 혈관 B형 항원 제거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다르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 장기 이식이 불가능하다. 같은 혈액형을 지닌 장기를 찾지 못해 이식 대기 기간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환자도 부지기수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은 장기 이식을 위해 기증된 신장의 혈액형을 O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일반외과학’에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O형은 ABO 혈액형 중 유일하게 다른 혈액형에 장기 이식이 가능한 혈액형이다.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항원에 의해 결정되는데 A형 혈액엔 A항원, B형엔 B항원, AB형 혈액엔 두 항원이 모두 있다. O형은 유일하게 항원이 없다. 항체는 A형이 B항체, B형이 A항체, O형이 두 항체를 모두 갖고 있으며 AB형은 항체가 없다. 서로 다른 혈액형끼리 장기를 이식하면 이들 항원 항체가 서로 반응해 면역 거부 반응이 발생한다. 이때 항원이 없는 O형만은 항원 항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연구팀은 장기 중에서도 신장의 혈액형을 O형으로 변환하기 위해 사람의 체내에서 당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활용했다. 이 효소는 장내 미생물 중 일부가 소화기관 벽에 붙어 있는 당단백질 뮤신을 분해해 섭취하는 데 쓰인다. 이 기술은 스티븐 위더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이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B형 혈액형 신장의 혈관에 정상체온살포기계(NPM)를 활용해 효소를 주입했다. 이 기기는 사람의 체온과 동일한 온도에서 장기를 보관하는 기기로 얼음에 보관할 때보다 장기의 손상이 적다. 효소를 넣자 불과 몇 시간 만에 신장은 혈관의 항원이 제거됐다. 항원이 없어짐에 따라 혈액형 유형은 O형이 됐다.

올해 2월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도 체내 효소를 활용해 장기의 혈액형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A형 혈액형의 허파를 O형으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팀이 당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허파에 주입하자 4시간 만에 A항원이 97% 제거됐다.

○ 한국도 O형 장기 부족

장기의 혈액형을 바꾸는 기술은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0∼2021년 영국의 신장 이식 대기자 중 33%는 B형일 가능성이 높은 흑인과 소수민족이다. 같은 기간 흑인과 소수민족 장기 기증자는 전체 기증자의 9%에 불과했다. 이들은 O형 혈액형이 많은 백인에 비해 장기 이식 대기 기간이 1년가량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모든 혈액형에 이식이 가능한 O형 장기가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6월 발간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혈액형별로 기증된 장기는 A형 1038건, B형 793건, O형 1528건, AB형 306건이다. O형 장기의 기증 건이 가장 많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 수와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장기 이식 대기자는 A형이 1만2296명, B형 9690명, O형 1만54명, AB형 3817명으로 집계됐다.

혈액형에 따라 필요한 장기 이식 대기 기간도 차이가 난다. 혈액형별 장기 이식 대기자의 평균 대기 기간은 A형 1811일, B형 1819일, O형 1943일, AB형 1690일이다. O형의 경우 다른 혈액형에 이식이 가능하면서도 자신은 O형만을 이식받을 수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 중 가장 많은 혈액형은 A형으로 1474명이다. B형은 1111명, O형은 1034명, AB형은 561명 등으로 집계됐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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