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바깥세계, 다짐만큼 멋지게 살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11일 개봉 니시카와 미와 감독 ‘멋진 세계’
전과 10범 전직 야쿠자 앞에 펼쳐진 길
봉준호 “냉정과 연민 동시에 느끼게 해”

영화 ‘멋진 세계’에서 전직 야쿠자인 미카미(야쿠쇼 고지·가운데)가 수감 생활을 끝내는 날 교도소 복도를 걸어 나오고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멋진 세계’에서 전직 야쿠자인 미카미(야쿠쇼 고지·가운데)가 수감 생활을 끝내는 날 교도소 복도를 걸어 나오고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11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멋진 세계’가 그리는 세계는 멋지지 않다. 살인죄로 13년간 복역한 후 출소한 야쿠자 출신 미카미(야쿠쇼 고지)는 “이번엔 진짜 건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세상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전과 10범에 수감 생활만 총 28년을 한 그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눈빛을 두고 “쓰레기를 보는 눈빛”이라고 말한다.

그가 누군가 조금만 챙겨줘도 눈물이 터지는 마음 여리고 정에 굶주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몇몇 이웃만이 그를 편견 없이 대할 뿐.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로 고혈압 등 갖은 지병까지 안고 출소한 그는 취업에 성공해 뒤늦게나마 사회의 평범한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영화의 원작은 1990년 출간된 사키 류조의 장편소설 ‘신분장(身分帳)’. 신분장은 교도소에서 재소자의 이력 등을 모아둔 장부로, 소설은 실제 인물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사진)은 최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키 작가가 2015년 돌아가신 뒤 이 소설에 대해 알고 읽게 됐다”며 “특별한 보석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이 이야기의 매력으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현 시대에 맞춰 일부 설정은 각색했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만큼 게이샤인 미혼모 아들로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란 성장 과정, 각종 범죄에 가담하다 14세에 처음으로 소년원에 수감된 사연 등 미카미가 살아온 이야기는 매우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다. 그 덕분에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니시카와 감독은 미카미의 사연을 세세하게 보여주면서도 그를 연민하거나 범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출소 후 삶을 담담하게 따라갈 뿐이다. 감독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영화제작사 ‘분복(分福)’에서 일하고 있고, 앞서 고레에다 감독의 스태프로 일하는 등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고레에다 감독 작품처럼 ‘멋진 세계’ 역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직시가 돋보인다.

니시카와 감독은 “야쿠자는 조직을 떠나도 계좌를 만들 수 없고 본인 이름의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다. (여러 제한 탓에) 이들은 조직에도, 사회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직 야쿠자들이 맞닥뜨리는 딜레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그는 결코 멋지지 않은 세계를 담은 영화의 제목을 ‘멋진 세계’로 정했다. 그는 “이 영화는 함정과 기만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그리지만 삶에는 아름다운 순간과 인연들이 존재하기에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가 2021년 2월 일본에서 개봉할 당시 “냉정함 속에서도 동시에 미카미를 향한 강렬한 인간적 연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저 이 영화의 불가해한 매력이라고 말할 도리밖에…”라며 극찬했다.

니시카와 감독은 “원작 ‘신분장’을 읽고 무의미한 인간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 관객들도 흔히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존재들에 대해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영화#멋진 세계#야쿠자#니시카와 미와 감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