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주의가 잘못된 인식 불러” “거칠어진 中이 반중정서 자초”[지상 대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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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수교 30주년’
中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과 중국은 이달 24일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30년을 다져온 이웃 관계지만 양국 관계는 요즘 살얼음판이다. 중국의 한류 금지령과 경제 보복 여파가 이어지며 한국인의 중국 비호감도는 사상 최악 수준인 80%대로 치솟았다. 중국은 한국의 ‘칩4 동맹’ 참여를 견제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정상화 움직임에도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중국-러시아 대 서방으로 양분되는 신냉전 구도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중심의 대외 정책도 한중 관계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향후 대중 정책 방향을 놓고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중국 때리기’에 맞서 중국에 대한 왜곡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결국 핵심은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

동아일보는 그 해답을 모색하고자 김희교 광운대 교수와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간 지상 대담을 진행했다. 인터뷰는 교수실과 본사 회의실에서 각각 이뤄졌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



“中에 서구 기준 적용은 무리… 대중 봉쇄정책과 억압이 문제”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자신의 교수실에서 짱깨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자신의 교수실에서 짱깨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저서 ‘짱깨주의의 탄생’에서 중국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현재 한국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보는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공포심, 경계심 같은 것은 다른 국가에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반중 감정이 다른 국가보다 20% 정도 더 높게 나타난다. 안보적 보수주의자들이 신냉전 구도에 올라타 동맹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짱깨주의를 이용한 탓이 크다고 본다. 중국인에 대한 유사인종주의가 확대되고 있다.”

―비판적 대중 인식이 중국이 가진 문제 자체로 야기된 결과는 아닌가.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관행, 국제규범과 질서 훼손, 인권 침해 등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200년 넘게 발달해온 서구의 자본주의와 달리 중국은 이제 겨우 40∼50년 된 단계인데 이를 똑같이 비교, 비판하는 건 맞지 않다. 중국도 이젠 덩치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지면서 그에 맞는 국제적 룰에 따르려는 노력들을 해오고 있다. 서구의 시각에서는 아직 미흡하지만 중국은 굉장히 발전해왔다. 인권의 경우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인 중국이 서구의 완벽한 인권 수준을 다 충족시키는 게 가능할까. 중국이 강대국이라지만 여전히 개인소득 1만 달러 수준에 지역 빈부 격차가 엄청나다. 신장위구르에서는 잦은 테러를 방지할 필요성도 있다.”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비난과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도덕적 관점에서는 안 될 일이지만 국제정치학적 측면이나 힘의 논리로 볼 때 중국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국이라는 거대 패권국이 중국을 작심하고 봉쇄하려는 것에 대해 중국이 느끼는 위협 수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다. 중국이 미국의 억압을 견딜 방법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해 서구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거다.”

―중국을 정당화해주는 논리 아닌가. 중국은 이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평가받는다.

“당연히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짱깨주의의 탄생’을 쓴 뒤 중국에서 돈 받아먹었냐는 비난도 받았다. 그래도 중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짱깨주의가 급속히 퍼지는 것이 걱정스럽고, 자꾸 20세기적 냉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에도 위기감을 느낀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다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미 배치된 사드의 기지 정상화 수준으로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스탠스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추가 배치의 경우 수사적인 반발을 넘어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다. 중국 견제용 반도체 동맹에 가입하는 문제는 ‘한국이 중국을 적으로 돌리려 한다’고 판단할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군사적으로 한미일 3각 동맹 체제를 맺으려는 것에도 중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대중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힘이 있다. 삼성이 지금 메모리반도체의 60% 이상을 생산하는데 그 힘만으로도 굳이 미국이 강요하는 ‘칩4 동맹’에 가입하지 않고 버텨낼 힘이 충분하다고 본다. 중국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하던 초기에는 겁먹은 듯 수세적이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보인다. 3년째 당하면서 별 게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도 이제 안미경중(安美經中)이 아니라 안세경세(安世經世)로 가야 한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시스템도 다변화시키는 다자주의 다극 체제가 답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인권과 불공정 문제 제기하되 中 인한 손상과 비용 고민을”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본보 회의실에서 미중전략경쟁이 한중관계에 갖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본보 회의실에서 미중전략경쟁이 한중관계에 갖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중 수교 30주년이 됐지만 중국을 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더 냉담해진 것 같다.

“한중 관계는 단순히 양자 차원에서만 보기 어렵다.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가 중요한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국 경제관계가 상호 보완적인 것에서 경쟁적으로 바뀌는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느끼는 위협 의식이 그만큼 커진 거다. 또 한 가지, 중국공산당 정부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정통성 강화를 시도하면서 자국 중심적 언행을 보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역사적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입장에서는 반발과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편견과 오해 등으로 한국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한국은 중국과 이념, 정치 체제, 역사적 기억이 모두 다르다. 과거 강대국-약소국 관계였기 때문에 한국이 느끼는 중국은 위협, 두려움이다. 굴욕적인 역사적 경험에 대한 기억이 강하다. 반면에 중국은 과거 주도했던 동아시아 국제 질서, 즉 주종적이고 위계적인 질서 속에서의 한반도를 생각하고 있다. 국가정체성도 다르다. 한국의 정체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한 것에서 온다. 중국과는 근원적으로 차이가 있다.”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후 중국의 경제보복은 관계 악화를 가속화시켰다. 사드는 또다시 양국 관계의 뇌관이 될까.


“중국은 이른바 ‘3불(不) 협의’ 이후 사드 언급을 자제해왔는데, 이제 그 봉인이 해제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기지 정상화를 도발로 간주할 거다. 그리고 반드시 보복할 거다. 중국은 역사, 문화적으로 보복의 나라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중국 속담이 있을 정도다. 중국은 다양한 보복 옵션들을 패키지로 준비해 놨을 것이다. 시기와 수위는 중국이 자신들의 국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칩4 동맹’ 가입도 보복을 불러올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고 보나.

“반도체 기술의 향상이나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 된다. 다만 미국도 아직 구체적인 복안이 없어 보이고 복잡한 실행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를 거친 뒤 참여해도 늦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반도체 협력을 이끌어내면서도 중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을 공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세계 어느 국가도 중국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휘청거리긴 했지만 중국은 또한 놀라운 회복탄력성도 보여줬다.”

―중국은 불공정 무역관행, 인권 침해 같은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시장주의에 기반해 번영해온 통상국가다. 국제 규범에 위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히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신장위구르나 홍콩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당연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다만 그로 인한 외교적 충돌과 비용을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국가 차원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전문가 그룹이 나서고 국제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게 방법일 수 있다.”

―향후 대중정책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 중국에서 얻을 혜택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를 논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우리에게 입힐 손상, 치르게 할 비용을 더 고민하면서 대중 정책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조화롭게 이익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게 핵심이다. 최소한 중국을 적대적으로 돌리지는 말아야 한다. 최대 효과보다는 최소 비용을 추구하는 것, 위기관리를 하는 것, 여지를 두는 외교공간을 확보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푸단대에서 중미관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지 ‘역사비평’ 편집위원을 지냈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해 화제가 된 ‘짱깨주의의 탄생’을 썼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정치대와 홍콩 중문대 방문연구자로 활동했다. 외교부 혁신위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니어(NEAR)재단이 선정한 2014년 외교안보부문 학술상 수상자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한중 수교 30주년#짱깨주의#반중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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