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힙합가수 출신 反군부 前의원 사형 집행 [인물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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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측근 표 제야 토, 쿠데타 반대
작년 11월 체포돼 1월 사형선고
韓외교부, 美-英 등과 규탄 성명

2021년 시위에서 표 제야 토 전 하원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군부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2021년 시위에서 표 제야 토 전 하원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군부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해 2월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지 전 국가고문의 측근이자 유명 힙합 가수 출신인 표 제야 토 전 하원의원(41)의 사형을 집행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군부에 대한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체포됐고 올 1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군부는 23일 토 전 의원, 소설가 겸 시민운동가 초 민 유(53), 일반인 2명 등 총 4명을 처형했다. 미얀마의 정치범 사형 집행은 1976년 이후 46년 만이다. 일반 형사범의 사형 집행은 1990년까지 이뤄졌다.

토 전 의원은 ‘미얀마 힙합 1세대’ 대표 주자다. 19세였던 2000년 4인 힙합 그룹 ‘애시드’로 데뷔했고 곧 스타로 부상했다. 시적이면서도 독재를 규탄한 가사가 젊은 미얀마인의 분노와 절망을 생생히 보여준다는 호평을 얻었다.

2007년 반(反)정부 시위 ‘사프란 혁명’이 시작되자 그는 또 다른 그룹 ‘제너레이션웨이브’를 결성해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 군부의 인터넷 접속 제한을 피해 검은색 표지를 씌운 CD에 곡을 담아 카페 등에 뿌리며 독재를 비판했다. 이로 인해 2008년 불법 단체 조직 혐의로 체포됐고 3년 후 석방됐다.

토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수지 전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수지 전 고문이 2015년 집권한 후에는 그의 해외 순방에 대부분 동행하는 등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그는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며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존 동료들과 앨범 제작을 준비했지만 쿠데타가 발발하자 가수 복귀 계획을 접고 다시 반정부 활동에 앞장섰다.

26일 우리 외교부는 미국 영국 일본 등과 함께 외교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번 사형집행은 미얀마 군부가 인권과 법치를 유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비난 받아 마땅한 폭력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얀마#표 제야 토#사형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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