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처 폐지를 부처에 요구하면 제대로 된 案이 나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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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윤석열대통령이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22.7.25 대통령실 제공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윤석열대통령이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22.7.25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여성가족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가부 업무를 총체적으로 검토해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제외돼 속도 조절이 예상됐던 여가부 폐지가 다시금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처의 신설이나 폐지, 기능 조정 등을 담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밑그림으로 그동안 대통령실의 지휘 아래 마련돼 왔다. 관료 사회의 생리상 부처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데 올해 주요 사업을 의욕적으로 들고 온 여가부에 폐지안을 주문했으니 그 안이 제대로 나오겠는가. 여가부는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전략추진단을 만들어 간담회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여성 및 가족 정책 전문가로 구성된 전략추진단이 과연 부처 폐지 의견을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여가부는 2001년 출범 이후 세 차례 이름을 바꿔 달았다. 그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를 했을 뿐 직접 개편안을 낸 적은 없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큰 조직 개편안을 ‘미니 부처’인 여가부가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내놓기는 어렵다. 벌써부터 부처 기능 조정으로 몸집이 커지거나 줄어들지 모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이 공식화된 것은 1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이던 윤 대통령이 페이스북에서 ‘여성가족부 해체’를 약속하면서부터다.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임기 초반 소모적인 논쟁을 우려해 이를 보류했고, 지난주 대통령이 참석한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도 일절 논의된 바 없다.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안 주문이 정치적 임기응변이 아닌 국정 운영의 큰 틀에서 이뤄진 것인가 하는 의문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다.

더욱이 여가부 폐지를 담는 정부조직법은 행정안전부 소관이고 국회 입법 사항이다. 여가부를 재촉해봤자 불필요한 젠더 갈등만 부추길 뿐 진행이 되기 어려운 구조다. 실질적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여가부의 역할과 기능을 개편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부터 거치는 것이 순서다.
#윤석열 대통령#여가부 폐지 로드맵#부처 폐지#부처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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