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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연 칼럼]너무나 자랑스러운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2-07-06 03:00업데이트 2022-07-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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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생각의 힘’ 기르는 교과목이지만
고교생 3명 중 1명, ‘수학포기자’인 현실
필즈상 계기로 수학 교육혁신도 이뤄지길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우리 과학계에 자부심을 안겨준 고마운 일이다. 수학을 비롯한 자연과학 연구가 필즈상이나 노벨상을 목표로 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러나 이런 수상은 세계가 우리 학문 수준이 정상급임을 인정하는 것이니 더할 수 없는 기쁨이다. 한국계 최초는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1976년이 처음이었고 그 후 계속돼 이제는 그 합이 100개가 훌쩍 넘었다. 필즈상, 노벨상 소식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수학은 자연과 인간세계의 모든 현상을 정밀한 체계 속에서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학문이다. 피타고라스는 “수(數)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간파했다. 인류가 하나, 둘, 셋을 개념화하고 이를 1, 2, 3이라는 기호로 나타내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예를 들어 ‘1+1=2’라는 수식들은 인류 문명의 모태가 됐다. 지혜의 결정(結晶)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배우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즉 직각삼각형에서 세 변의 길이가 갖는 관계인 ‘a²+b²=c²’도 세상을 뒤바꾼 방정식이다.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2500여 년 전에 오로지 스스로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증명한 것이다.

어린 아기에게 세상사는 모든 것이 신기한 일이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손을 움직여 만져 보고 심지어 혀로 핥아 보기도 하지만, 보통은 성장하면서 그런 호기심은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이를 간직하며 성장한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별로 쓸모도 없었을 정리를 위해 피타고라스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을까.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피타고라스 정리가 지닌 유용성이 그야말로 막중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지상의 거리를 알아낼 때 그의 정리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수학은 문명 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다른 어느 자연과학보다도 그 실제적 영향을 체감하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허 교수의 연구 업적도 미래에는 인류의 삶을 지배할 수 있다.

수학은 학생들이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교과목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가장 외면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쓸데없는 암기와 지루한 반복학습이 요구되는 짜증나는 과목이 수학이다. 그렇기에 수학은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는 ‘수포자’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오를 정도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세 명 중 한 명은 스스로를 수포자라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미래를 위해 필히 개선돼야 할 일이다.

수학을 이용하는 명징(明徵)한 사고력은 자연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세기 가장 빼어난 경제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거시경제학을 정립한 존 케인스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며,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는 ‘확률론’이다. 우리 고등학교 수학 교과에도 포함돼 있는 확률과 통계는 실생활과 가장 연관이 깊은데, 수능에도 자주 출제되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중요하다. 그러나 수포자라면 다섯 개 답안 중 하나를 찍어 정답을 맞히는 20%의 확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런 행운이 몇 개 성공하면 학생들은 이를 수능 대박이라 부른다.

확률적 사고, 혹은 수학적 사고를 통하면 주어진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편견 없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능이 상당히 높은 젊은 여자(남자) 대부분은 자기보다 훨씬 열등한 남자(여자)를 선택해 결혼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사람들은 지니고 있는 편견에 따라 다양한 답을 제시하지만, 사실 그 정답은 단순한 확률에 있다. 즉, 지능이 상당히 높은 남자(여자)보다 그 배우자가 열등할 것은 확률적으로 당연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2012년 호암상을 수상한 옥스퍼드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의 이야기다.

이번에 필즈상을 받은 허 교수도 작년에 같은 상을 수상했다. “수학 연구는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돌파하는 과정이다. 인간이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고 또 얼마나 타인과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라던 그의 수상 소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합리적 사고가 부족하고 소통이 결핍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허 교수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그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사회 좀 더 많은 학생이 수학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게끔 교육혁신을 이루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한껏 높여준 허준이 교수께 감사드린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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