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800km 걸어 사목하다 病死
출생지-선종지 등 30곳 순례지 지정
작년 교황청 시성성 심사 통과 못해

천주교 원주교구는 최근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施福諡聖)을 기원하는 ‘희망의 순례’를 선포했다. 가톨릭교회에는 죽은 사람의 생전 덕행을 인정해 부르는 존칭으로 가경자(可敬者), 복자(福者), 성인(聖人) 등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성덕 심사가 마무리된 최양업 신부를 가경자로 선포한 바 있다. 가경자는 시복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성덕 심사를 통과한 이에게 선포되며 시복 후보자에게 부여되는 존칭이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추계 정기총회를 마친 뒤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교황청 시성성 내부 심의가 진행됐으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래서 ‘희망의 순례’ 선포는 원주교구뿐 아니라 한국 가톨릭교회 차원의 기도와 힘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구교구는 순례 책자 ‘희망의 순례자’(기쁜소식)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최양업 신부의 탄생지인 대전교구 청양다락골성지부터 시작해 성장기, 최 신부가 12년 넘게 전국의 교우촌을 돌보다 끝내 선종한 뒤 묻힌 배론성지까지 교구를 초월한 각지의 30곳 순례지를 수록했다. 순례지마다 도장을 받아 30곳을 모두 순례한 신자들은 이를 배론성지에 제출하면 교구장 명의의 축복장을 받을 수 있고 배론성지가 마련하는 최양업 신부 관련 주제 강의와 피정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