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천주교 원주교구,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기원 ‘희망의 순례’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03:2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대건 신부 이어 조선 두 번째 사제
해마다 2800km 걸어 사목하다 病死
출생지-선종지 등 30곳 순례지 지정
작년 교황청 시성성 심사 통과 못해
최양업 신부 초상화. 천주교 원주교구 제공
최양업 신부(1821∼1861)는 김대건 신부에 이은 조선의 두 번째 사제다. 김대건 신부가 사제 서품 1년 만에 순교하자 그의 벗이자 동료였던 최양업 신부는 남은 몫을 온전히 감당하며 사목 활동을 했다. 그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127개 교우촌을 해마다 7000리(약 2800km)를 걸어 찾아다니다 탈진해 쓰러졌고 고열에 시달리다 14일 만에 병사했다. 그해 나이 마흔이었다. 그가 ‘길 위의 목자’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이유다.

천주교 원주교구는 최근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施福諡聖)을 기원하는 ‘희망의 순례’를 선포했다. 가톨릭교회에는 죽은 사람의 생전 덕행을 인정해 부르는 존칭으로 가경자(可敬者), 복자(福者), 성인(聖人) 등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성덕 심사가 마무리된 최양업 신부를 가경자로 선포한 바 있다. 가경자는 시복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성덕 심사를 통과한 이에게 선포되며 시복 후보자에게 부여되는 존칭이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추계 정기총회를 마친 뒤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교황청 시성성 내부 심의가 진행됐으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래서 ‘희망의 순례’ 선포는 원주교구뿐 아니라 한국 가톨릭교회 차원의 기도와 힘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순례길은 최양업 신부의 탄생지부터 성장지, 사목지를 거쳐 묘소가 있는 원주교구 배론성지까지 30곳에 이른다. 원주교구는 최양업 신부 선종 161주기 당일인 지난달 15일 희망의 순례 선포 미사를 봉헌하며 의미를 알리고, 전국 모든 신자가 최양업 신부의 발자취를 찾아 순례하는 여정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170여 년 전 박해 속에도 전국 교우촌의 양 떼를 찾아다녔던 사제의 믿음을 따라 ‘제2의 최양업 신부가 되자’는 취지다.

원구교구는 순례 책자 ‘희망의 순례자’(기쁜소식)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최양업 신부의 탄생지인 대전교구 청양다락골성지부터 시작해 성장기, 최 신부가 12년 넘게 전국의 교우촌을 돌보다 끝내 선종한 뒤 묻힌 배론성지까지 교구를 초월한 각지의 30곳 순례지를 수록했다. 순례지마다 도장을 받아 30곳을 모두 순례한 신자들은 이를 배론성지에 제출하면 교구장 명의의 축복장을 받을 수 있고 배론성지가 마련하는 최양업 신부 관련 주제 강의와 피정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