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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노동이사제 시행, ‘굿타이밍’ 결정 되려면[동아시론/신완선]

신완선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입력 2022-07-02 03:00업데이트 2022-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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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공공기관, 노동이사 1명 경영 참여
노조 대변자 아닌 전문성, 독립성 필요
공공부문 혁신 걸림돌 아닌 변화 이끌어야
신완선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모든 선택은 타이밍에 의해서 평가가 달라진다. 문제를 예방하는 결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인정받으므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경영이론에 있어 ‘굿타이밍 1:10:100’ 법칙이 있다. ‘100’이라는 손실을 보기 전에 ‘1’이라는 비용으로 빠르게 선택해 피해를 줄이라는 주문이다. 현명한 리더는 의사결정을 예방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구성원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찬반 논쟁이 격렬했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내달 시행된다. 이제부터 130개 공공기관은 노동이사 1명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해 경영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번 제도의 기대효과는 현장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경영에 반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우려하는 악영향은 경영 의사결정 자체가 노사갈등의 상징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이 입장을 달리하는 이런 제도는 실행도 녹록지 않다. 관련된 선행 이슈를 찾아 해결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을 굿타이밍 결정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필자는 네 가지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 번째 굿타이밍 시그널은 이사회 의결의 예고제다. 즉, 이사회 의결의 투명성을 보아야 한다. 이사회 회의에서 차기 어젠다를 공유하여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요점이다. 예정된 시간을 갖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그것은 분명 성공 시그널이다. 이사회가 이미 정리된 사안을 추인하는 거수기가 되면 안 된다. 충분한 토론 없이 막판에 추진된 의결은 언제나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사회의 합리성과 투명성은 예측 가능한 의사결정 시스템 아래서만 가능하다.

둘째 시그널은 노동이사의 독자적 의사결정 여부다. 비상임이사의 독립성을 중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노동이사가 노조의 대변자가 아니라 개별적 소신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사외이사 제도에서 이사는 특정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다. 개별적인 전문성을 갖고 경영을 점검하고 견제하는 객관성이 필요하다. 조직의 결정은 언제나 구성원의 다양성으로 인해 갈등요인이 복합적이다. 모든 관점을 수용하려는 의사결정 시도는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물론, 노조 혹은 종사원들이 현장을 잘 이해하고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노동이사로 추천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노동이사가 된 이후에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해야만 한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이사회가 최고의사결정 조직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

셋째 시그널은 경영진의 현장을 이해하려는 발품, 다시 말해 경영 리더십의 공감 수준이다. 요즘처럼 세대 간 혹은 계층 간 목소리가 다양하게 표출되는 환경에서 소통은 리더십 결과의 가치를 좌우한다. 공감할 수 있는 과정과 산출이 될 수 있도록 국민, 고객, 특히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영진이 현장의 목소리를 인지할 수 있는 보텀업 소통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넷째 굿타이밍 시그널은 공공기관 거버넌스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있어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은 경영 역량과 도덕성이다. 공정하고 반듯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경영진이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거대한 담론은 시간을 길게 보면 항상 올바른 말이고, 단기간의 문제해결 결정은 시급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안게 된다. 경영진은 총론과 각론의 균형을 볼 수 있는 역량과 사사롭지 않은 공평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투입(input)이 급격히 늘어났다. 인력, 예산(부채), 구조 등 모든 면에서 다시 비대해졌다. 공공기관이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넉넉한 예산을 푼다면 당장은 편할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 없이 투입만 증가시키는 위기 대응 결정은 빚을 내어 일상을 편안하게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과제는 효율성을 높여서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그러한 시점에 도입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 혁신에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굿타이밍 시그널이 말해주듯이, 경영진은 소통 속도와 방식을 개선하고 노조 역시 공식 의사결정 구조를 존중하는 리더십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노동이사제 시행의 본질적 의미는 노사가 함께 공공기관 경쟁력에 책임의식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구성원 모두가 긍정 소통하며 국가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공공부문의 마인드 혁신이 가장 확실한 굿타이밍 시그널일 것이다.

신완선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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