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형제가 보낸 애틋한 가족사랑
서지학자 이상주 박사가 편지 공개
청주시 “나라사랑 정신 기리자”
90대 노병 3인의 인터뷰 영상 제작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전쟁 당시 참전한 용사들의 생생한 이야기 두 편이 발굴됐다. 하나는 당시 전투 중 전사한 한 군인이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이고, 다른 하나는 아흔을 넘긴 참전 용사들의 상흔이 담긴 사연이다.
○ 전장(戰場) 속 가족애 담긴 편지
서지학자인 이상주 박사(전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는 최근 6·25전쟁 당시 참전한 한 군인 형제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와 가족의 답장, 부대장이 부대원의 가족들에게 보낸 통신문 등 17통의 편지를 공개했다.
전장 속 병사는 가족들에게 “저는 집에서 염려하시는 덕택에 매일 몸 건강히 훈련에 노력하고 있으니 안심하세요”라는 글을 보냈다. 부상을 당한 병사의 형은 “상처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다리뼈가 골절되고 파편이 박혀 군의관이 빼준다고 했다”는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고, 여동생은 “수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왜 받아보지 못했습니까. 어찌된 건지 궁금합니다”라며 절절한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편지의 주인공은 육군 제5사단 36연대 소속이던 안노순 하사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1931년생인 안 하사는 1951년 12월 입대했다. 1953년 봄 ‘피의 고지’ 전투, 중공군의 텍사스 고지와 오봉산 능선 공격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치렀고, 5월 30일 포탄에 맞아 분대원과 전사했다.
편지를 공개한 이 박사는 “고문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 편지를 입수했다”라며 “당시 군인의 자세와 농촌의 정황, 한글 표기법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현재 고인의 고향(청주시 현도면)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상의해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아흔 노병들의 생생한 전투담
청주시는 6·25전쟁 72주년을 기념해 참전 유공자들의 정신을 기리는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 시 공식 유튜브 채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6·25 당시 백마고지 오성산 전투에서 포탄에 철모가 찢겨 머리에 박힌 파편 상흔을 아직도 갖고 있는 정진태 옹(93)과 청주중 3학년 재학 중 학도병으로 참전한 임갑봉 옹(88), 6·25와 베트남전쟁에 모두 참전한 김동희 옹(91) 등이다.
김 옹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우들이 이제 90세가 넘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죽기 전까지 대우받을 수 있도록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인터뷰에 참여한 노병들은 한목소리로 “전쟁의 아픔을 후손들이 겪게 해서는 안 되고, 자신들이 지켜낸 나라를 젊은이들이 잘 살아주기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준구 청주시 공보관은 “어르신들의 숭고한 정신이 잊히지 않도록 시 차원에서 그분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이번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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