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싱글 ‘Over the Rainbow’

한국인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호주 출신 미국인 기타 연주자 오리안시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실린 명곡 ‘Over the Rainbow’를 이중주로 재해석해 최근 디지털 싱글(사진)로 내놨다. 김세황은 신해철이 이끈 그룹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오리안시는 잭슨이 기용한 마지막 기타리스트다.
“해철 형과 함께 차 안에서 잭슨 형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곧잘 즐겼던 게 생생합니다. 형도 이번 작업을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아요.”(김세황)
‘무지개 너머 어딘가/아주 높이/들어본 적 있는 땅/언젠가 자장가 속에서….’
이런 가사는 들리지 않는 연주곡 버전이지만 선율만은 우리 귀에 친숙하다. 두 사람은 “이번 작업은 기나긴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친 인류에게 곡 제목처럼 무지개 너머 희망이 보인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미스터 김(세황)은 정말이지 놀라운 기타리스트예요. 음 하나하나의 선택이 사려 깊고 수많은 연주자의 스타일을 합친 듯 다채로운 기술을 융합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소리를 내죠.”(오리안시)
김세황은 “실용음악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오리안시의 연주를 교범처럼 보여주곤 했는데 함께 해보니 그는 과연 ‘전기기타의 여왕’다웠다”고 말했다.
오리안시는 “20대 초반 잭슨과의 만남이 연주자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잭슨과 명곡 ‘Wanna Be Startin‘ Somethin’’ ‘Black or White’를 연주하던 즐거운 기억이 생생하다. 잭슨은 춤을 추다 말고 연주자들에게 다가와 음 한두 개를 바꾸라거나 앰프 볼륨을 0.5 올리라고 조언했다. 실로 놀라운 귀를 지녔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두 사람의 보스이자 영웅, 신해철과 잭슨은 지금 세상에 없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의료사고로 별세했다. 누구보다 기타를 사랑했던 팝스타들. 신해철은 밴드 ‘무한궤도’로 데뷔해 넥스트를 통해 헤비메탈까지 추구했다. 잭슨은 팝 스타였지만 명곡 ‘Beat It’에 희대의 기타리스트 에디 밴 헤일런을 기용했다. 오리안시는 잭슨이 자신과 함께 마지막 월드투어 ‘디스 이즈 잇’을 준비하다 갑작스레 하늘로 간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오리안시는 이후 카를로스 산타나, 스티브 바이, 앨리스 쿠퍼 등 여러 록 스타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다.
“레드 제플린, 프린스도 작업한 ‘선셋’에서 세황 씨와 녹음하며 형언하기 힘든 경건함마저 느꼈습니다. 기타의 시대가 지고 있다지만, 저희 같은 연주자들이 화학반응으로 빚어낸 명작은 영원히 남을 거예요.”(오리안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