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터 성공까지 12년 걸린 ‘누리호’, 과정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1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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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6.21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6.21 고흥=사진공동취재단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국내 전문가들이 독자 기술로 설계부터 핵심부품 개발, 제작, 조립까지 지난 11년 7개월 동안 쌓아온 결실이다. 누리호는 중형 자동차 무게인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 지구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추진제로 쓰는 액체엔진을 활용한다. 2010년 3월부터 1조9572억 원을 들여 개발했다.

누리호의 길이는 47.2m로 아파트 15층 높이 정도다. 지름은 가장 두꺼운 1단이 3.5m로 성인 2명이 팔을 벌린 크기다. 연료인 등유(케로신)과 산화제를 실은 총 무게는 200t으로 연료가 56.5t, 산화제가 126t 들어간다. 기체의 무게는 17.5t에 불과하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를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300t의 추력을 낸다.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됐고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됐다.

누리호 개발은 누리호 전 한국형발사체 나로호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던 2010년 3월 시작됐다. 한국형발사체 개념설계를 완료한 후 2011년 4월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사업단 형태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열린 제4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2014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발사체 총조립 기업으로 선정되며 본격적 개발이 시작됐다. 그해 3월에는 3단에 쓰일 7t급 액체엔진 연소기의 지상 연소시험이 230초 동안 성공했다. 7월에는 75t급 액체엔진 개발과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주요 시험설비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누리호의 심장 격인 75t 액체엔진 개발은 쉽지 않았다. 2014년 10월 연소기 첫 지상 연소시험을 시작했으나 짧은 섬광만 내고 실패했다. 막대한 양의 추진제가 연소할 때 연소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소불안정은 해결 방법이 명확치 않아 중대형 액체엔진 개발자들에게는 가장 큰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개발진은 설계를 12번 바꾼 끝에 10개월 만에 연소 불안정을 극복했다.

2018년 11월 28일에는 75t 엔진을 검증하기 위해 누리호의 2단부까지만 만든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며 중대형 발사체용 엔진을 우주에서 검증한 국가가 됐다. 시험발사체의 연소시간은 151초였다. 이후 누리호 인증모델(QM) 검증을 마치고 2021년 2월 첫 발사 예정이었지만 75t 엔진 4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 검증과 부품 문제로 8개월 미뤄져 그해 10월에야 첫 발사가 진행됐다.

첫 발사에서는 목표 고도인 700km에 위성모사체를 투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목표 속도인 초속 7.5km에는 도달하지 못해 임무에는 실패했다. 원인분석 결과 3단 산화제탱크 내 헬륨탱크가 부력을 이기지 못하고 솟아오르며 탱크에 균열을 일으켜 산화제가 누출돼 목표 연소시간인 521초보다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2차 발사에 쓰인 누리호는 1차 발사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산화제탱크 내부 보강 작업 등 기술적 조치가 추가로 취해졌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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