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이재명 방탄” vs 박홍근 “점령군 독선”…출구 안보이는 법사위원장 협상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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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1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1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입법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야가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면서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국회 전반기 임기가 종료됐지만 아직까지 후반기 국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선출해야 하는데 상대방 책임론만 제기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 협상의 최대 복병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원내대표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기로 했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원점에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이 관련 법안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 등에 대해 심사를 진행한다. 법사위가 각종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법사위원장이 법안 통과를 지체시키거나 막을 수 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국회 공백 16일째인 14일에도 공방을 펼쳤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국회 1, 2교섭단체가 교체해서 맡기로 한 것은 국회의 오랜 전통이며, 17대 국회 이후 16년간 지켜졌다”며 “21대 국회에서만 유일하게 민주당에 의해서 파기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여야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서 법사위 심사 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대폭 축소하고 심사 범위를 체계와 자구 심사로 한정했다”며 “이미 축소된 법사위 권한을 더 축소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견제와 균형 기능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법사위를 없애자는 말이 솔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전제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주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에도 입법 독주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검수완박 악법 날치기와 재보궐 낙하산 공천으로 재명 수호에만 여념이 없었다”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독식은 (민주당 국회의원) 이재명 방탄국회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민심이 아닌 명심(이재명 의중)만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입법 독주의 경과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였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명심이 아닌 민심을 따라야 한다”며 “명심만 좇다가는 더 큰 심판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국민의힘이 후반기 원 구성을 볼모로 국회법이 정한 법정 시한을 어기며 의장 선출을 거부한 채 입법부 공백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반기 원내대표 간 합의를 민주당이 지키지 않아서 국회의장 선출을 못해준다는 일방적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18개 상임위원장 중 하나인 법사위원장을 입법부의 수장인 의장 선출과 연계하며 볼모로 삼고 국회 원 구성 역사를 과거로 돌리는 억지 행태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법적 주최도 아닌 전직 원내대표 간의 법사위원장에 관한 합의는 그동안 상원처럼 월권을 행사해 온 법사위의 기능을 정상화하자는 게 전제였다”며 “하지만 전제가 된 여야의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고, 법사위의 정상화는 여전히 국회 개혁의 핵심 과제로 놓여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여당이 먼저 약속과 합의를 어겨놓고선 야당만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거에서 이겼으니 모든 것을 여당 마음대로 하겠다는 점령군 같은 독선과 오만에 불과하다”며 “국민의힘의 일방적 합의 파기로 여야 간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법사위원장만 무조건 내놓으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결코 정당성이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김창기 후보자를 국세청장으로 임명했다. 김 청장은 2003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한 이후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첫 국세청장이 됐다.

이런 가운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기한은 각각 18일과 19일이다. 그때까지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고, 기한이 지나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14일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일단 상당시간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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