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머니 따라 성씨 바꿨다면 어머니 쪽 종중 구성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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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계혈족 이유로 배제는 부당”
1, 2심 이어 종중 상대 소송 승소

성인이 된 후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결정한 자녀는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출생신고 당시 ‘안동 김씨’였던 A 씨가 ‘용인 이씨’ B종중을 상대로 제기한 종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1988년생인 A 씨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 살다 성인이 된 후인 2013년 가정법원에 성·본 변경허가를 요청했고 이듬해 법원 결정에 따라 어머니의 성·본으로 바꿨다. 이후 A 씨는 2015년 B종중에 종원 자격을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B종중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이더라도 모계혈족인 경우 종원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원 자격을 성년 남자로 제한하는 관습법은 효력을 상실했다”며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원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종중이 정관에서 회원 자격을 부계혈족으로 제한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종중은 “종중이 부계혈족을 전제로 하는 종족단체라는 본질적 성격에 비춰 이를 정관에 명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일 뿐”이라며 항소했다.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종중 재산을 노리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제도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종원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종래 관습법에서도 입양된 양자가 양부가 속한 종중의 종원이 되는 등 종중 구성원의 변동이 허용됐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대법#어머니#성씨#모계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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