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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컵 하나에 17원 손해”… 뿔난 카페주인들

입력 2022-05-20 03:00업데이트 2022-05-20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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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일부터 ‘일회용 컵 300원 보증금제’ 시행
반환 라벨 구입-재활용 처리비에 종이컵 씻고 보관하는 비용도 발생
하루 300잔 팔면 월 15만원 부담, 컵반환 안하는 소비자는 가격 인상
환경부 “라벨값 절반 보전” 방침… 정치권 “유예하거나 계도기간 둬야”
다음 달 10일부터 커피전문점 등에서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두고 카페 주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컵 반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인력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용 보전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제도 시행을 멈추라는 요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유예하거나 과태료 부과 계도 기간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카페 주인들 “컵 회수 비용 왜 우리가 내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으로 음료를 구입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반납할 때 다시 돌려받는 제도다. 매장이 100개 이상인 커피전문점, 제과·제빵업종, 패스트푸드점 등이 적용 대상이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롯데리아 등의 전국 3만8000여 개 매장이 해당된다. 자원재활용법이 2020년 6월 제정된 후 올 1월 시행령이 나오며 제도화됐다. 법령으로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매기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비용과 인력을 점주들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컵에는 반환할 때 바코드를 찍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라벨을 붙인다. 이 라벨 구입비(개당 6.99원)를 점주가 내야 한다. 회수한 컵을 자원재활용업체에 보내는 처리 비용도 점주 부담이다. 회수하기 쉽게 규격과 색상을 제한하는 표준컵은 개당 4원, 나머지 비표준컵은 10원이 든다.

이를 감안하면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1∼17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 주인은 “하루에 일회용 컵을 약 300개 쓰는데 한 달이면 10만∼15만 원이 더 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입장에서는 비용뿐 아니라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재활용업체는 컵이 1000개쯤 모여야 수거에 나선다. 며칠 동안 수백 개의 일회용 컵을 씻어서 보관해야 한다. 한 커피전문점 점주는 “보증금을 빨리 받으려고 덜 붐비는 매장에 컵 반환 손님이 몰릴 게 뻔하다”며 “커피는 못 팔고 컵 처리만 하는 매장이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게시판에는 10일 이후 항의글 약 900건이 올라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컵 반납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커피 한 잔에 300원씩 가격이 오르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비용 지원에 시행 유예도 검토
현장 반발이 커지자 환경부도 한 발짝 물러서는 분위기다. 환경부는 20일 소상공인 대표 등과 만나 라벨 구입비의 최소 절반에서 많게는 전액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도 시행 초기 2주 정도는 하루 2시간 정도씩 직원 시급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아가지 않는 컵 보증금을 재원으로 쓸 계획이다. 또 라벨 3∼4주 치를 선구매해야 해 수백만 원을 미리 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자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를 한꺼번에 주문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8일 “컵 보증금제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만큼 계도 기간을 두고 최대 300만 원인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일회용 컵을 주민센터에서 회수하거나 반납 가능 매장을 따로 지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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