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수위 2개월…결정적 네 장면 다시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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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윤석열 당선인 인수위 어제 해단식… 2개월간 4가지 장면
① ‘용산 대통령’ 시대 첫걸음
② 0.73%P 표차가 빚은 기싸움
③서오남-측근 인사 논란
④ “지방시대 열겠다” 전국 순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담은 조감도를 공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담은 조감도를 공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출입증을 반납하라는 연락을 받으니 정말 끝이 왔다는 실감이 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해온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4일 “해단식을 앞두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이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고 적힌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 백드롭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6일 인수위 해단식에 참석해 “선거 직후 쉴 시간도 없이 인수위를 출범시켜서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까지 아우르며 정말 숨 가쁘게 뛰어 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10년 만에 부활한 인수위는 국민의 높은 관심 속에 출항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도 속에 정부조직 개편이 연기되는 등 굵직한 국정운영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해 “존재감이 미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3·9대선 이후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60일에 상징적인 4가지 장면을 돌아봤다.
○ ‘이슈 블랙홀’ 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청와대를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

윤 당선인은 당선 11일 만인 3월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대통령의 집무·거주 공관을 뜻하는 청와대의 시대가 74년 만에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윤 당선인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면서 “(청와대 이전은) 내가 더 불편해지는 일이지만 나는 (기존 청와대의) 방식으로는 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로서 ‘구중궁궐’로 불리는 청와대에서 나와 참모는 물론이고 국민과 상시 소통하며 일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했던 윤 당선인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급회전을 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정국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졸속 결정이란 비판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연쇄 이동으로 예산 낭비라는 논란도 일었다. 급기야 청와대가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제동을 걸자 정권 교체기 신구(新舊) 권력의 충돌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양측 간 줄다리기 끝에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496억 원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결국 집무실 이전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지는 등 홍역을 치렀다.

윤 당선인 부부가 거주하게 될 관저를 두고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당초 관저로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쓰려 했다. 그러나 노후가 심각해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관측되자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0.73%포인트 표차가 잉태한 ‘신구권력’ 충돌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 당선인이 3월 28일 만찬 회동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정원인 녹지원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 당선인이 3월 28일 만찬 회동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정원인 녹지원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정권 이양기 60일 동안 신구 권력은 여러 사안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양측 간 대립은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 문제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임기 말 인사를 부동산 거래에 빗대 “(부동산 대금을 다 지불한 매입자가 있는데도) 매도인이 집을 고치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원래 (새 집주인은) 인테리어가 끝나면 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갈등은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청와대에 제동을 건 뒤에야 정리됐다.

양측 간 불편한 감정 속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대선 이후 19일이 지난 3월 28일에야 성사됐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 중 가장 늦은 만남이었다.

갈등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에 이어 문 대통령의 퇴임 인터뷰 발언 등이 공개되며 막판까지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정말 위험하다”고 끝까지 비판했다. 이에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나서 “임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며 “국민과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책무에 집중해 달라”고 문 대통령을 저격하기도 했다.

신구 권력의 극한 대립은 예견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은 “윤 당선인 측은 6·1지방선거 승리로 여소야대 지형을 타개하려는 반면에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로 대선 패배의 상처를 끊어내려는 각오”라며 “0.73%포인트 표차로 대선 승패가 갈린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측 모두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 “할당이나 안배 없다”… ‘서오남’ ‘측근’ 인사 논란도
윤 당선인이 4월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를 비롯해 새 정부 국무위원 2차 인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4월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를 비롯해 새 정부 국무위원 2차 인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문성과 실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능력주의 인선’은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인사 원칙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운동권 카르텔의 나눠 먹기가 아니라 최고의 인재들을 등용해 실력 있는 정부를 꾸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당선 직후인 3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각 분야에서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해야지, 자리 나눠 먹기로 해서는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여성 장관 비율 30%’를 공약하며 조각(組閣)에서 지역·성별을 안배한 것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진용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 1기 국무위원 후보자와 마무리 작업 중인 대통령실 인선에서도 “할당이나 안배는 없다”는 인사 기조가 뚜렷이 드러났다.

이에 1기 내각을 두고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경육남’(경상도·60대·남성) 인사라는 지적도 불거졌다. 실제 국무위원 후보자 19명 중 여성은 세 명에 불과했다. 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30대 장관이 없고 전남, 강원, 충남 출신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을 놓고 ‘측근 인사’ ‘부실 검증’ 논란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 찬스’ 논란이 일자 윤 당선인과의 오랜 친분 때문에 졸속 검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결국 3일 자진 사퇴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남아있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인사에서는 여성과 비수도권·비영남 지역 인재의 발탁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지방시대 열겠다” 尹의 이례적인 지역 순회
윤 당선인이 4월 12일 지역 순회 일정으로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환영 나온 시민들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4월 12일 지역 순회 일정으로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환영 나온 시민들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취재진과 당선인 대변인의 기싸움이 벌어지던 인수위 브리핑은 4월 중순을 기점으로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배현진 대변인이 윤 당선인의 ‘민생탐방’(약속과 민생의 행보) 지역 행보에 동행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1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전북, 부산·울산·경남, 인천, 충남·대전, 경기, 강원 춘천을 연달아 찾았다. 당선인 신분으로 지역 순회는 매우 이례적이다. 대선 때 내걸었던 지역 민생 공약을 챙기며 균형발전 의지를 강조한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에 지역발전균형특별위원회를 만들며 지역 정책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6일 17개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는 “지역의 균형발전은 시대적 필수 과제”라며 “새 정부는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6·1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사전 선거운동을 한다는 논란도 적지 않다. 윤 당선인은 4일 강원 강릉시를 찾아 어릴 적 외가에서 지내던 추억을 언급하면서 “어릴 적부터 제 정서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곳이 바로 이 고장”이라고 회상했다. 윤 당선인의 곁에는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인 김진태 후보 등이 배석했다. 이 밖에도 지역 행보마다 6·1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자들이 꼬박꼬박 윤 당선인 옆에 섰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소영 비상대책위원은 “취임 전부터 자당 후보 선거운동과 보수 세력 대결집에 몰두하는 윤 당선인은 자중하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선거 시기라 (민주당의 지적을) 이해는 하지만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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