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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안중근 의사 순국前 쓴 ‘殺身成仁’ 글씨 보물된다

입력 2022-05-04 03:00업데이트 2022-05-0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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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 당시 日간수-경찰에 건넨 5점
논어-주역 구절 인용한 글귀 통해
죽음 앞에서도 조국수호 의지 담겨
왼쪽 사진은 안 의사가 순국 직전인 이듬해 3월에 쓴 ‘洗心臺(세심대)’ 유묵. 안 의사는 비슷한 시기 일본인 기자에게 ‘志士仁人殺身成仁(지사인인살신성인)’ 문구를 담은 유묵을 남겼다. 문화재청 제공
‘志士仁人殺身成仁(뜻이 있는 선비와 어진 이는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사살 후 중국 뤼순감옥에 수감됐을 당시 찍은 사진. 동아일보DB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중국 뤼순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인 1910년 3월 그의 공판을 지켜본 일본인 기자 고마쓰 모토고(小松元吾)에게 남긴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글씨)이다. 이는 논어(論語) 위령공편에 나오는 ‘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뜻이 있는 선비와 어진 이는 삶을 구하여 인을 해침이 없고,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 문구에서 따왔다. 죽음을 앞둔 안 의사가 조국을 지키려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안 의사가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뒤 뤼순감옥에 투옥됐을 당시 일본인 간수와 경찰, 기자에게 건넨 유묵 5점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안 의사가 쓴 유묵 중 현존하는 것은 70여 점. 이 중 국내에 남아있는 유묵은 37점으로 앞서 26점이 이미 보물로 지정됐다. 안 의사는 유묵을 남기고 1910년 3월 26일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유묵 5점의 왼쪽 아래에는 한자로 ‘경술년(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이 쓰다(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문구와 함께 그의 단지(斷指) 손도장이 찍혀 있다.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였던 안 의사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라며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유묵에는 안 의사의 학문적 소양과 품격이 오롯이 담겼다. ‘洗心臺(마음을 씻는 장소)’라고 쓴 유묵은 주역(周易) 계사상편의 ‘성인은 마음을 씻고 물러가 은밀히 간직해두며, 운수의 좋음과 나쁨을 백성과 더불어 함께 근심한다(聖人以此洗心, 退藏於密, 吉凶與民同患)’는 문구에서 비롯됐다. 한때 일본인 소장가가 소유했던 이 유묵은 2017년 12월 미술품 경매에 출품돼 4억 원에 낙찰된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인 세관원 가미무라 주덴(上村重傳)에게 써준 유묵에는 ‘人無遠慮必有近憂(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는 논어 구절이 담겼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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