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호실적에도… 내부선 “미래 먹거리 안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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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주력업종 대형 M&A 없어 4대그룹중 유일하게 계열사 감소
“투자 결정 동력 사라져” 위기감… ‘전자’ 1분기 매출 78조에도 주가 ↓
재계 “미래 비전 키울 리더십 부재”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시 반도체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시 반도체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그룹 계열사가 직전 5년간 3곳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4대 그룹 중 계열사 수가 줄어든 곳은 삼성이 유일했다. 공격적인 투자 DNA가 사라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3개 분기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는 등 실적 고공행진을 펼치는데도 그룹 내부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찾지 못했다는 위기감이 확대되는 배경이다.

○ 계열사 오히려 줄어든 삼성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 11월과 2022년 4월의 대기업집단 계열사 현황을 비교한 결과, 삼성 계열사는 63곳에서 60곳으로 3곳이 줄었다. 자산 기준 재계 2위로 올라선 SK는 최근 5년간 그룹 계열사를 101곳에서 186곳으로 늘려 삼성과 대조를 이뤘다. 현대자동차와 LG는 같은 기간 각각 56곳→57곳, 69곳→73곳으로 소폭이지만 계열사가 늘었다.

삼성은 2010년대 중반 이후 화학 계열사를 대거 한화와 롯데 등에 넘기며 ‘선택과 집중’을 모토로 그룹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2017년 이후에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그룹 주력 업종에 대해서도 인수합병(M&A)이 거의 없었다. 국내 기업 지분 취득, 신규 설립, 분할 등은 거의 전무했고, 해외에서도 2017년 3월 8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M&A 전문가인 마코 치사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상무이사를 영입하는 등 신규 투자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의시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 관계자도 “2017년 이래 국정농단 재판이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인 리스크를 무릅쓰고 대형 투자를 과감하게 결정할 동력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위기감’은 최근 임직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단기 성과주의’ ‘비용 절감 급급’ ‘내부 사기 저하’ 등 최근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익명으로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 실적 고공행진에도 부진한 주가
삼성전자는 올해 연결 기준 1분기(1∼3월) 매출 77조7800억 원, 영업이익 14조12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3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부문별로는 반도체(DS)부문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DS부문이 메모리 시장 호황에 힘입어 1분기 매출 26조8700억 원, 영업이익 8조45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도 프리미엄 시장 전략이 성공하며 매출 48조700억 원, 영업이익 4조5600억 원으로 2013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냈다. 디스플레이는 1분기 매출 7조9700억 원, 영업이익 1조900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강문수 삼성전자 비즈니스디벨롭먼트팀장은 “향후 5년간 파운드리 수주 잔액이 지난해 매출의 8배 규모”라며 “5nm(나노미터) 공정은 성숙 수율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파운드리 수율 문제와 고객사 이탈 논란에 대응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안팎의 위기감이 역대 최고 수준의 호실적 행진 중 나오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도 2020년 말 8만 원대에서 현재 6만 원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이날 주가는 장중 2020년 11월 20일(6만4700원) 이후 최저가인 6만4500원까지 내려갔다가 6만4800원으로 마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기존 주력 부문에 대한 중국의 추격과 신산업 분야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며 “현재 삼성 안팎에서 나오는 여러 우려의 핵심은 지금의 호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리더십 부재”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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