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탁구채 잡은 신유빈 “빨리 시간이 가길 바랐죠”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7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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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요.”

오른 손목 피로골절로 질주를 잠시 멈췄던 신유빈(17·대한항공)은 탁구채를 잡지 못했던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고 털어놨다. 부상을 딛고 다시 날기 시작한 지금은 그토록 좋아하는 탁구를 원없이 치고 있다.

신유빈은 27일 오후 인천시 서구 대한항공 탁구단 훈련장에서 공개 훈련을 진행했다. 20분 가량 조언래 전담 코치와 공을 주고받으면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지난해 여름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화려한 등장을 알린 신유빈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에서 부상과 마주했다.

원래 좋지 않았던 오른 손목에 평소보다 더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남은 경기를 기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검사에 임한 결과 피로 골절 진단을 받았다. 절대 안정이 필요했다.

신유빈은 “(재활 기간 중) 손을 안 쓰면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기를 많이 했다. 몸 상태는 100%는 아니지만 80% 정도까진 끌어올린 것 같다”고 소개했다.

신유빈이 다시 탁구채를 잡은 것은 2주 전이다. 탁구 선수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뒤 가장 긴 4개월이라는 공백은 탁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시간이 됐다.

신유빈은 “내가 탁구를 너무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언니들의 경기를 구경만 하다보니 ‘나도 빨리 탁구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니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서 기다렸다”고 돌아봤다.

신유빈이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국내 탁구계에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프로리그가 정식 출범했고,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청두세계선수권 출전 선수 면면도 가려졌다.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한 신유빈은 올해 가장 큰 두 대회에 임할 수 없다.

신유빈은 대표 선발전 포기 당시 심정에 대해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내가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다행히 실망은 잠시 뿐이었다. 현실을 순응한 신유빈은 훌훌 털고 일어났다. 신유빈은 “그래도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을테니 회복해 좋은 컨디션으로 참가하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 후배 김나영(16·포스코에너지)의 급부상도 탁구계에 찾아온 적잖은 변화 중 하나다. 신유빈처럼 고교 진학이 아닌 실업팀 입단의 코스를 밟고 있는 김나영은 대표 선발전을 가장 먼저 통과해 아시안게임 진출권까지 손에 넣었다.

신유빈은 “나영 선수가 잘해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같이 대한민국 탁구를 빛냈으면 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후배들이 제법 늘어났다는 말에는 “아직 저도 19살이에요. 나이 먹은게 아니에요”라고 활짝 웃었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눈에 띄게 근육을 붙인 신유빈은 내달 3일 미국에서 열리는 WTT 피더 시리즈를 통해 실전 감각 쌓기에 나선다. 피더 시리즈에는 초특급 선수들이 참가하진 않지만, 아직 회복 중인 신유빈에겐 전력을 점검하기에 좋은 무대다.

신유빈은 “오랜만에 뛰는 거라서 설렌다. 긴장 반, 설렘 반”이라면서 “연습했던 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경험을 쌓고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을 흘려보낸 신유빈의 다음 큰 목표는 2024 파리올림픽이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을 치르고 ‘이만큼 재미있는 경기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파리올림픽을 바라보게 됐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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