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종전선언, ‘김정은 서명’ 종이에 현혹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2일 1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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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대북정책 작심 비판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종전선언에 대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하는 또 다른 종이 한 장에 현혹되지 말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및 대(對)중국 정책,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에 대해서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화상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간 많이 들어온 종전선언에 관해 말하겠다”며 “종전선언에 서명한 다음 날 무엇이 변할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이 이뤄져도 휴전 협정과 한국 방위라는 조약상 의무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북한의 많은 화학·생물학·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역량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현 정부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북한은 올해에만 극초음속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10기가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한반도 평화를 향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화는 군사적 대비태세와 함께 가야한다”며 “이상주의는 반드시 현실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라고 비판한 것.

해리스 전 대사는 “단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합동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몇 년 동안 이런 시도를 했지만 이는 실패라고 증명된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결과로 훈련과 제재를 축소하는 것은 괜찮지만 단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이를 먼저 내줘선 안된다”며 “이는 헛고생”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졍책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는) 최대 무역 파트너 중국과 안보동맹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데 너무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이어 5월 일본에서 열린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안보협력체 ‘쿼드(QUAD)’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조기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겐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미일 회담을 하지 않는다면 중요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또 한일 군사훈련 필요성을 언급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리가 보여주지 않았던 확장 억지의 현실과 전략억지의 의미를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그는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선 “성가신 문제”라며 “다음 세대로 미루고 한국과 일본이 공동 방위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강제 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폄하하지 않는다”며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한일간 공식 합의’라고 언급한데 대해 “우리는 오랫동안 역사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이 민감한 역사문제를 다루는 동안에도 공통적인 지역 및 국제적 우선순위 (과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가운데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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