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인프라건설에 미국산 철강만 사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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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조 예산투입 가이드라인 발표
모든 건설자재도 미국산 사용 권고, 美제품 사용안하면 예산지원 금지
韓 요구 철강 관세 재협상 난관, 美 “우선순위 아니다” 선그어

여한구 통상본부장 “美 철강관세조치 개선 논의해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접견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면담하고 있다. 여 본부장과 델 코소 대사대리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무역확장법 232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한구 통상본부장 “美 철강관세조치 개선 논의해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접견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면담하고 있다. 여 본부장과 델 코소 대사대리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무역확장법 232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조 바이든(사진) 행정부가 미국 내 도로, 다리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미국산(産) 철강만 사용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미국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제품 우선 구매)’ 정책을 가속화하면서 한국이 요구하는 철강 협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이날 발표한 셀린다 영 OMB 국장 명의의 ‘인프라 투자 연방 재정 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에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모든 철과 철강은 미국에서 생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철광석을 녹이는 과정부터 철강을 코팅하는 작업까지 모두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부터 1조 달러(약 1235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 투자 지원’ 예산을 활용한 대대적인 도로 및 다리, 수도관 건설 사업에 나서는 가운데 미국산 철강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업에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철강뿐만 아니라 모든 건설자재도 미국산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백악관은 또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경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지난해 11월 IIJA 법을 통과시키면서 다음 달 14일부터 연방정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는 모두 미국산 철강과 건설자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백악관이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 사업을 앞두고 미국산 철강 사용을 의무화한 것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앞으로 미국의 경제 재건을 위해 내가 취할 조치들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하나의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요구해온 철강 관세 재협상은 큰 난관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미국산 철강이 부족하거나, 공사비용이 25% 이상 상승할 때 예외를 적용하도록 했다. 미국산 철강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한국산 철강 수입을 확대하면 예외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철강 관세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것. 철강업계는 과거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제품 가격을 미국산 철강보다 평균 10% 이상 낮게 책정해왔다.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올 들어 유럽연합(EU), 일본과 잇따라 무관세 철강 수입을 늘리는 협상에 합의하자 미국에 철강 관세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9일에도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면담을 갖고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에 따른 철강 관세 조치를 경제·안보 동맹국인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 관련 논의가 조속히 본격화돼야 한다”며 재차 재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의 재협상은 미국에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한국은 같은 해 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에 철강, 알루미늄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3년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에 합의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바이든#미국산철강#철강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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