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부, 친러 정서 고발하는 중국인 트윗 등장에 당황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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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익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중국 내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친러·민족주의 정서를 폭로하자 중국 정부가 당황해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중적 메시지(Dual messaging)’가 촉발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친러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문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중국인 이용자들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대번역운동(The Great Translation Movement)’의 활동과 중국 내 언론·SNS 통제 현황을 전했다.

CNN에 따르면 ‘대번역운동’ 관리자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위선적 주장에 대응하고자 계정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수행되었다고 거짓으로 주장하는 유명 블로그 ▲부차에서의 잔학 행위를 간략히만 전하는 언론 보도 ▲수십만명의 이용자들이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상에서 사용한 여성혐오적 표현 등의 콘텐츠를 영어로 번역해 게시하고 있다.

이들이 번역하는 콘텐츠들은 중국 내에서 ‘좋아요’ 등 많은 호응을 얻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번역운동’ 계정은 지난 3월 초 개설됐고, 현재 11만90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대번역운동’ 관리자 중 한 명은 CNN 취재진에 “중국 내부에서는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바깥세상이 중국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최소한이라도 알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대번역운동’이 자신들을 “체리피킹(Cherry picking·불리한 것은 배제하고 유리한 것만 선택해 견해를 드러내는 일) 된 콘텐츠”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맹비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들에 대해 “중국어를 사용하는 악덕 행위자”라며 “외국의 적대 세력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중국의 최근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국내 대중, 해외 대중을 상대로 서로 다른 수사를 구사해왔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기존에는 중국 정부의 ‘이중적 발화’ 전략이 비교적 잘 유지돼왔으나, ‘대번역운동’이 국내·해외의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중국미디어프로젝트’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반두르스키 교수는 CNN에 “소셜미디어 시대 이전부터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내부적으로 대화하는 방식을 취해왔다”며 “중국은 내부 메시지들이 세계 독자들을 상대로 번역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외적으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언론 보도를 보면 중립적이라고 보기가 정말 어렵다”며 “그들의 모든 말은 러시아와 태도가 일치하며, 거짓 정보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매체나 기타 온라인 상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실제 여론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플로리안 슈나이더 네덜란드 라이덴 아시아 센터 소장은 “친러 발언이 주류가 되면서 그것들은 더 많은 좋아요를 얻고 많은 곳에 노출이 되고 있다”며 “알고리즘에 의해 극단적인 발언들만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 레프니코바 조지아 주립대 글로벌 정보연구센터 소장은 “중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분명 나오고 있지만 알고리즘이나 검열로 인해 공유가 많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대번역운동’ 관리자는 ‘모든 중국 사람들이 전쟁의 장면을 접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느냐’는 CNN 취재진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못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용기 내 말한 사람은 스팸 메시지에 계속 노출될 것이고, 사람들로부터 스파이라며 손가락질 당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다만 “이 계정이 중국 정부의 국내 정치적 수사를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오늘날 중국의 주류 공론장에서 이성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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