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빅토리아 시대 여성 주인공… 흥미로운 상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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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설가 낸시 스프링어 인터뷰
셜록 홈즈 여동생이 주인공… 추리소설 ‘에놀라 홈즈’ 시리즈
셜록-에놀라 남매, 6편까지 대립… 신작 7편에선 협력해 사건 해결

2006년 1편이 발표된 추리소설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홈스)의 여동생이다. 2년 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제작한 1편 ‘사라진 후작’은 그해 넷플릭스 영화 세계 2위에 올랐다. 올해 말 2편 ‘왼손잡이 숙녀’가 영화로 나온다. 이 작품은 에놀라 홈즈가 오빠인 셜록, 마이크로프트와 함께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 7편 ‘검은색 사륜마차’(북레시피)가 4일 국내에 출간됐다. 이 시리즈를 쓴 미국 소설가 낸시 스프링어(74)를 13일 서면으로 만났다.

미국 작가 낸시 스프링어는 시리즈 7편 ‘검은색 사륜마차’를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했다. 북레시피 제공
미국 작가 낸시 스프링어는 시리즈 7편 ‘검은색 사륜마차’를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했다. 북레시피 제공
그는 “에놀라 홈즈가 성공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에놀라 홈즈 캐릭터를 구상한 건 ‘잭 더 리퍼’ 시대의 음침한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써보라는 편집자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잭 더 리퍼는 1888∼1891년 영국 런던에서 11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어린 시절 셜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은 그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런던을 배경으로 한 원작에 착안해 에놀라 홈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역사소설을 써 본 적이 없던 그는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고증을 위해 자료를 치밀하게 조사했다. 영국 배우 제러미 브렛이 주연을 맡은 ‘셜록 홈즈’ 영화 시리즈를 반복해 보며 배경을 세밀히 살폈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과 드레스를 담은 컬러링북을 색칠하고 이 시대 종이인형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영국 민담에 등장하는 로빈 후드의 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로언 후드 이야기’를 2001년 발표했다. 로빈 후드에 이어 셜록 홈즈까지, 기존 남성 캐릭터의 여성 가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그는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던 시대에 스스로 여성임을 자랑스레 여기고 당당히 살아가는 인물을 상상하는 건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흥미롭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에서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가 엄마로부터 활쏘기를 배우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에서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가 엄마로부터 활쏘기를 배우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 1∼6편에서 에놀라와 셜록이 주로 대립구도를 펼친 데 비해 7편에서는 남매가 본격적으로 협력한다. 신작에서는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동생이 형부인 백작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셜록 남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남매는 죽은 언니가 검은색 사륜마차에 실려 가는 걸 봤다는 목격담을 단서로 범인을 추적한다. 그는 “10년 만에 펴낸 7편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라며 “영감의 원천은 에놀라 그 자체다. 그녀는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강인하게 살아 숨쉰다”고 했다. 8편 ‘Elegant Escapade’(우아한 장난)는 올 9월 미국에서 출간된다.

총 60여 권의 소설을 발표한 그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지친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지금도 소설을 집필 중이에요. 펜을 잡을 수 있는 순간까지 계속 글을 쓸 겁니다. 글쓰기는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펜을 놓는 순간 내 활동적인 두뇌는 점점 시들기 시작할 거예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낸시 스프링어#에놀라 홈즈#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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