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 인격권 명시해 갑질 등 배상… 미성년자 빚상속도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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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민법 개정안 입법 예고
불법 녹음-직장내 갑질-학교 폭력 등 인격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 인정
침해중지-예방-손배 청구할 수 있어
본보 작년 ‘빚더미…’서 문제점 지적…성년 되면 상속재산內 빚 물려받게
‘형제자매 유류분 폐지’ 각의 통과

앞으로 불법 녹음·촬영, 직장 내 갑질, 학교 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 인격권 침해가 발생할 때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가 폭넓게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격권 침해가 지속될 경우 가해자를 상대로 “침해를 중단하라”고 청구할 수 있고, 인격권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예방 조치도 가능해진다.

인격을 재산처럼 보호받아야 할 가치로 규정한 ‘인격권’이 민법 개정안에 처음 명시되면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 인격권 침해 손해배상액 늘어날 듯


법무부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부터 42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인격권을 ‘생명과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초상 등과 같은 인격적 이익에 대해 갖는 권리’로 규정했다. 또 인격권 침해의 중지를 청구하거나 필요시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인격권 침해로 인한 법적 책임이 폭넓게 인정되고 손해배상액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격권은 법인에도 적용된다. 허위 광고나 게시글 등으로 피해를 본 회사는 “법인의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 앞서 대법원은 언론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등에서 개인의 명예권 등을 ‘인격권’으로 인정한 판결을 여럿 내놨지만 민법에는 ‘인격권’을 명시한 조항이 없었다.

○ 빚더미 아이들 구제 조항도 입법예고


법무부는 또 미성년자가 부모의 과도한 빚을 떠안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도 함께 입법예고했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법정 대리인이 정해진 기간(3개월) 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결정하지 않으면 부모의 빚이 전부 상속된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가 거액의 빚을 떠안는 일이 발생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5월 25∼27일 보도한 ‘빚더미 물려받은 아이들’ 시리즈를 통해 빚의 대물림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사연과 법의 허점을 지적했고 이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물려받은 빚이 상속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날로부터 6개월 동안 한정승인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정승인은 상속 재산 범위 안에서만 빚을 물려받는 것이다.

한편 결혼한 부부뿐만 아니라 양육 능력이 있는 25세 이상의 독신자도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게 하고, 유류분 권리자에서 고인의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유류분은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유족들이 유산 일정 부분을 상속받을 권리를 의미하는데 현재는 배우자 자식 등이 없으면 형제자매도 권리자가 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민법 개정안#인격권#빚더미 물려받은 아이들#빚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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