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결국 남북한처럼 분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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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28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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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5주 차로 접어든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의 목표를 ‘동부 지역 장악’으로 전면 수정했다. 러시아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장악해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 짓고, 해당 지역에 친러 괴뢰 정권을 세운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간 영토 문제에서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오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타협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우크라이나가 한반도처럼 분단 국가로 쪼개질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인용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한반도 시나리오’를 원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북부 하르키우(하르코프)를 포위 중인 러시아군이 2주 안에 동부 지역으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군 총참모부 소속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작전국장은 지난 25일 “첫번 째 단계의 주요 작전은 완수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크게 감소해 돈바스 지역 분리·독립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우크라 동부 분리주의 지역인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은 조만간 주민투표를 실시해 자체적으로 러시아 편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레오니드 파세치니크 LPR 지도자는 “조만간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라면서 “이 기간 국민들은 러시아 연방에 소속될지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LPR의 주민 투표 계획에 법적 효력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 러軍, 군사 목표 동부 집중에…우크라 “마리우폴 교전 격화” 경고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작전 변경에 따라 조만간 마리우폴 주변에서 교전이 격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앞으로 1~2주 안에 러시아는 키이우와 하르키우에서 군을 철수시켜 돈바스로 보낼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대도시를 점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관측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는 데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부 군사력 강화는) 마리우폴 주변의 잠재적 또는 급격한 악화를 의미한다”면서 “이는 키이우, 체르니히우, 수미, 하르키우(하리코프) 지역에서 적을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 역시 “키이우를 신속하게 장악하거나 젤렌스키 정권을 전복하지 못함에 따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완전 점령하겠다는 계획을 재검토하게 됐다”면서 “(러시아의 새로운 전략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한반도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푸틴은 주요 작전을 남쪽과 동쪽으로 향해 바꾸고 있다. 즉, 그는 우크라이나의 점령되지 않은 지역과 점령된 지역 사이 분계선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 점령 지역에는 이미 괴뢰 정부를 만들고, 흐리우냐(우크라이나의 국가 화폐)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포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영토 양보 없다더니…젤렌스키, ‘영토 양보’ 시사?

그간 영토 문제에서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오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바스의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과 90분간 러시아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채택을 놓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 “이 협상 내용은 제3국에 의해 보장돼야 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안보 보장과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를 논할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의 휴전 선언과 철군 없이 평화 협정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크림반도나 돈바스 지역 등 우크라이나 내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지만 한발 물러서면서 28일부터 터키에서 열리는 러시아와의 5차 평화 협상에 타협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불과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양보를 둘러싸고 자국민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6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 뉴스1 (AFP 제공)
26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 뉴스1 (AFP 제공)
◇ 영토 양보, 종전 위한 지름길이지만…“잘못된 선례” 우려도

전문가들은 영토 양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양보에 있어 자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최고사령관은 지난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발칸 전쟁 결과를 예로 들며, “애석하게도 가장 가능성 높은 결말은 우크라이나의 분단”이라며 “우크라 남동부를 러시아에 내주고 나머지 지역이 주권 국가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 종식을 위해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을 수용하면 무력에 의한 영토 침탈을 국제사회가 인정해준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옥사나 마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존하지 못하면 ”독재, 과두정치, 전범들이 지구에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카로바 대사는 ”우크라이나 영토에는 ‘독립 공화국’이 없다. 러시아는 2014년에 우리를 공격했고, 크림반도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일부를 불법으로 점령했다. 러시아는 불법적으로 독립국가를 상대로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립국과 돈바스 지위에 대해선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 동부 지역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러시아 국경과 접한 일부 지역(약 3분의 1)을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달 21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독립을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갈등은 푸틴의 개입으로 촉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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