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소비기한 표시제로 구현하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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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


내년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된다. 우유를 제외한 대부분 가공식품과 계란에는 앞으로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식품의 유통기한이 익숙한 개념이었다. 1985년 도입돼 35년 넘게 사용된 유통기한은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으로 여기곤 했다. 실제로는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일정 기간 안전한 섭취가 가능하나, 많은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식품을 폐기해야 할지 고민한 게 사실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이런 혼란을 방지하고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역시 2018년 유통기한을 식품 기한 지표에서 삭제했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탄소 저감 노력의 일환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할 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음식물 폐기량을 줄이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사육하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줄어든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국민이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연간 177만 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승용차 47만 대의 배기량에 해당하며, 소나무 3억60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한다. 한국은 2050년까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 늘어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기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식품 유통 및 소비 단계에서 온도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또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오픈형 냉장고에 냉기 유실을 방지할 수 있는 ‘냉장고 문 달기’ 확산을 통해 냉장온도 유지와 전기 사용량 절감에 나설 예정이다. 소비자들도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되면 각 제품의 보관 조건을 확인한 뒤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냉장보관 제품을 실온에 보관한다면 표시 일자까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되더라도 2, 3년간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표시가 공존할 것이다. 기존 제품과 신제품이 혼재하는 데다 유통기한이 긴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살 때 반드시 일자 표시와 보관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소비기한 표시제가 안정적으로 시행돼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 손실과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오상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


#소비기한 표시제#음식물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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