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키이우 24km 앞까지 진격 ‘총공세’…우크라 매복 공격에 전차 파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3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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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1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함락시키기 위해 도심 24㎞ 앞까지 진격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자 우크라이나군이 매복 공격으로 러시아군 전차를 괴멸시키는 등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다. 이번 주 러시아의 키이우 함락 시도가 어디까지 진행되는지에 따라 향후 전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후방 전투부대를 전방으로 배치하고, 기갑부대가 키이우를 북, 서, 동쪽으로 포위하는 식으로 병력을 재배치한 후 키이우 도심에서 24㎞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 이 과정에서 키이우 주변 위성도시들은 폐허가 됐고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했다. 키이우로 도달하는 주요 길목인 북쪽 이르핀 시에서는 러시아군 탱크가 무차별 포격을 가하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도심을 가르는 이르핀 강의 교량을 모두 폭파시켰다.

키이우 동쪽 브로바리 시에서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 발사대(TOS-1A)가 설치된 전차 등 약 30대의 러시아군 탱크가 지나가는 길목에 매복해있다가 공격을 퍼부어 전차 일부를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대령급 고위 장교 1명도 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습 공격을 받은 일부 탱크가 검은 연기에 휩싸이자 러시아군이 패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됐다.

키이우는 인구의 절반(200만 명)만 남은 채 도시 내부를 요새화하고 항전에 나선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은 모두 1300명이 사망했다”며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며 결의를 내비쳤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에 막힌 러시아군이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 집속탄, 나비지뢰, 에 이어 생화학 무기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군 등이 입수한 첩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생화학 무기로 공격한 후 ‘서방이 먼저 생화학전을 준비했다’며 상대 탓을 하는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또 러시아군이 목표물 추적 기능이 없는 구형 ‘멍텅구리 폭탄’(dumb bomb)을 다량 발사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 스콧 베리어 중장은 미 상원에 출석해 “러시아군은 군사 시설만 정밀 타격한다고 했지만 이런 무기는 소수다. 구형 무기로 민간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 잔인한 전술을 전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11일 키이우 북동쪽 페레모하 마을에서 피란 중이던 행렬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어린이 1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밝혔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12일 “러시아 침공 후 어린이만 79명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남부 멜리토폴에서는 이반 페도로프 시장이 12일 머리에 검은 봉지를 뒤집어쓴 채 러시아군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도로프 시장이 러시아군에 협조하지 않고, 집무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계속 걸어놓는 등 러시아에 항거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시장이 테러를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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