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심장 이식 환자 사망…생명윤리 논란 재점화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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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처음으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던 환자가 수술 두 달만에 사망하자 의료계에선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임상 적용이 시기상조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대학병원에 따르면 말기 심장병 환자인 데이비드 베넷은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지 두 달 만인 지난 8일 사망했다. 의료진은 인체 장기를 이식받을 수 없어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베넷씨가 이식 직후 심장이 초기 급성 면역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사망 며칠 전부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식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에 한 걸음 가까이 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 적용 시기가 과연 적절했느냐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동물 장기를 인체에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동물 장기 이식 수술의)교두보가 됐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장기 생존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 적용을 서두른 것 자체에 대해서는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증자가 수혜자에게 적합한 장기를 이식하더라도 이식 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는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데,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은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의료진이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한 영아에게 이식했지만 영아가 21일 만에 숨진 사례도 있다. 면역 거부 반응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밝혀졌다.

윤 교수는 “환자(베넷)가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을 수 없고 당장 이식받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임상 요건을 갖췄고 의료진이 장기 생존을 기대하고 감행했다 하더라도 이식 시기를 선택할 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면서 “환자의 상태나 의료적인 측면 외에 다른 요인이 반영되는 비윤리적인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10년 이상 유전자 형질 변환 돼지를 개발해온 미국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의 가시적인 성과 보여주기 조급증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세계이종이식학회(IXA)는 베넷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 간 장기 이식은 분명 의미있는 시도이지만,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해 줄 것이란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 관계자는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가 장기 이식 수술에 있어 희망적인 시그널일 수 있고 이런 시도들이 계속 되다보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장기 이식 문제가 급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란 지나친 기대를 가질까봐 우려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 분석과 함께 이종 간 장기 이식 후 체계적인 관리 매뉴얼 등이 뒷받침돼야 의미있는 진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돼지 심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환자가 지병이 있던터라 사망 원인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식 수술 후 복합적인 원인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바이탈 사인(생체 신호), 염증 관리 등 수술 이후 관리라든지 거부 반응에 대한 약물치료 도즈(사용량), 횟수 등 정립돼야 할 것들이 많아 좀 더 다지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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