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의 목표는 ‘메달’이 아니었다… 그의 도전은 왜 중요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1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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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도전의 무대다. 많은 선수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선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묘미는 새로운 기술의 성공과 무명 선수의 반란이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은 ‘새로운 기술의 성공’에 관해 올림픽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바로 하뉴 유즈루(28)의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의 성공 여부였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는 하뉴를 제외하고는 어떤 선수도 공식무대에서 시도한 적이 없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 성공 위해 올림픽 나간다”
2014년 소치 올림픽, 2018년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메달은 그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올림픽에 나서기 전 “올림픽에 출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쿼드러플 악셀 점프의 성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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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집에는 점프별 기본점수와 수행점수기 나와 있다. 이 중 가장 가장 기본점이 높은 점프가 쿼드러플 악셀이다. 12.5점에 최고 수행점수는 무려 6.25점이다. 쿼드러플(4회전) 러츠 점프보다 기본점수는 1점, 수행점수는 0.5점 높다.

악셀 점프는 다른 5개의 점프와는 눈으로도 확연히 구분된다. 뒤로 뛰는 나머지 점프와 달리 악셀 점프는 앞으로 향해서 뛰어 뒤로 착지한다. 그만큼 선수들이 악셀 점프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현재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는 하뉴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가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에서 남자 선수 최초로 성공시킨 뒤 남자 선수들에게 흔한 점프가 됐다. 여자 선수들에게 트리플 악셀은 일본의 이토 미도리가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여자 선수들의 트리플 악셀 점프 성공을 보기는 힘들었다. 2000년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 점프를 무기로 ‘피겨 여왕’ 김연아를 넘어서기 위해 올림픽 무대에 선보였지만 제대로 된 착지를 하지 못했다.

하뉴는 올림픽 3연패를 위해 다른 쿼드러플 점프를 안정시키면서 더욱 많이 프로그램에 넣어 구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뛰어 우승하겠다”고 말해왔다. 하뉴는 지난해 12월 일본 선수권대회에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다. 무사히 착지했지만 회전수가 부족했다.

하뉴는 2020년 3월부터 오서 코치와 함께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연습하며 성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오서 코치는 “쿼드러플 악셀 점프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올림픽 무대에서 성공시키겠지만 그 선수가 하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도전이었고, 내 모든 것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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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뉴는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점프 전에 빙판 위에 홈이 파여져 있어 스케이트 날이 걸렸다고 경기 뒤 하뉴는 말했다.

이틀 뒤 열린 남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다. 하지만 착지에 실패하고 넘어졌다. 언더로테이트 판정으로 결국 쿼드러플 악셀 점프로는 인정을 받았다. 4위로 올림픽을 마친 하뉴는 경기 뒤 눈물을 글썽이며 “이번 올림픽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고 내 모든 것을 바쳤다”며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내 모든 것을 걸었던 것 같다. 내가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뉴의 프리스케이팅 음악은 일본의 토미토 이사오의 ‘천국과 땅(Heaven and Earth)’로 하뉴는 “승리와 패배의 관점에서 나는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공연이 제 음악의 제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하뉴는 빈손으로 일본으로 돌아간다. 하뉴는 “어릴 때부터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하고 싶었다. 그때 내 멘토이자 코치님이 너는 언젠가는 성공하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4년 뒤인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겨울올림픽에 하뉴가 나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오서 코치의 대답이 4년 뒤를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뉴는 항상 무언가를 위해 노력합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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