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낙화암 ‘삼천궁녀 설화’ 사실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내달 출간 ‘사비백제사’서 언급될 듯

충남 부여군 부소산의 낙화암(落花巖)에는 삼천궁녀(三千宮女)의 설화가 따라다닌다. 나당 연합군에 패망한 백제의 궁녀들이 절개를 지키기 위해 낙화암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를 둘러싼 의문들 또한 끊이질 않는데, 가장 빈번한 질문 가운데 하나가 ‘과연 당시 궁녀의 숫자가 3000명이나 됐느냐’는 것이다.

2월경 나올 ‘사비백제사’의 결론은 ‘아니다’다. 삼천궁녀라는 표현 자체가 조선시대 김흔의 시에서 처음 언급됐을 뿐, 그에 앞선 시대의 삼국시대 역사서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이 책이 “역사적 근거가 없는 단지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부여군이 2020년 1월부터 ‘사비백제사 재정립’을 위해 준비해온 이 책은 백제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백제는 멸망한 나라여서 사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고 그마저 승자인 신라나 당나라 중심으로 기술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조룡대(釣龍臺)’와 ‘백마강(白馬江)’의 전설이 그렇다. ‘신동국여지승람’ 등에 전하는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공격할 때 사비 근처 금강에 이르렀는데 비바람이 크게 몰아쳐 군사들이 건널 수 없었다. 소정방이 바위에서 흰 말을 미끼로 용을 낚아 날이 개자 강을 건너 백제를 멸망시켰다. 용을 낚은 바위를 조룡대, 흰 말의 강을 백마강이라고 불렀다.”

조룡대는 고란사 아래쪽 바위를 이른다. 사비백제사는 이 전설은 “승자와 패자의 관계 속에서 용의 죽음을 백제의 패배로 나타낸 것은 문학적인 재생산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부여군은 사비백제사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성정용 충북대 교수(편찬위원장)와 권오영 서울대 교수, 정재윤 공주대 교수, 김낙중 전북대 교수,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 등 국내 백제사 전문가 40명을 편찬위원으로 참여시켰다. 사비백제사는 1권 ‘사비시대를 연 성왕과 사비도성’, 2권 ‘불국토의 나라와 유려한 백제문화’, 3권 ‘백제와 함께한 의자왕’ 등 모두 3권으로 출간된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백제가 멸망한 뒤 1500년 만에 왜곡된 백제사를 우리의 시각으로 새로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백제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고 그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시도한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부여군#부소산#낙화암#삼천궁녀 설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