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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무제한 발레파킹 ‘백화점 VIP 주차권’ 팝니다”

입력 2022-01-21 03:00업데이트 2022-01-2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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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에만 제공-타인양도 금지에도 중고거래 앱서 70만~130만원 거래
“주차장보다 싸 출퇴근용으로 구입”, 백화점 “고객불만 우려 검사 못해”
20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거래들. 당근마켓 화면 캡처
직장인 A 씨는 최근 모바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회사 근처 B백화점의 ‘VIP 주차권’을 구입했다. 1년 이용권 가격은 70만 원. 적지 않지만 당초 알아보던 공용주차장(연간 170만 원)보다 싸고 발레파킹(주차대행)까지 가능했다.

백화점에서 연간 2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주어지는 VIP 주차권이 온라인에서 무단 거래되고 있다. 스티커만 붙이면 전국 점포에서 사실상 무제한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며 주차권 매물이 많은 지역의 거래(인증)를 위해 원정을 가는 경우까지 나온다. 20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백화점별로 VIP 주차권 거래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서울 강남구, 용산구, 마포구 등에서 ‘백화점 주차권’으로 검색한 결과 이달 3주간 거래 게시 글만 200건 이상이었다. 백화점 정책상 타인 양도가 금지되지만 주차권 판매자들은 “주차 줄이 길어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도심 출퇴근 주차권으로 유용하다”며 불법거래 홍보 글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이 구매 실적 상위 999명에게만 주는 최상위 ‘트리니티’ 주차권의 경우 2주 전 90만 원에 거래됐다. 현대백화점의 최상위 ‘재스민 블랙’은 호가가 100만∼130만 원이다. 현대백화점 VIP권은 서울 압구정, 무역센터, 여의도, 신촌 등 주요 지역에 매장이 있어서 인기다. 실적 상위 고객에게 주차권 2, 3장을 주는 롯데의 경우 최고 등급 ‘에비뉴엘’ 주차권이 70만∼8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주차권 등록은 데스크에서 본인 확인 후 주차 스티커를 발급받거나 고객이 알려주는 차량 번호를 주차관제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차량 등록증 대조와 같이 고객이 실제 소유한 차량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서 여분의 주차 스티커나 차량 번호 등록을 손쉽게 넘길 수 있다.

백화점들은 온라인 판매자에게 댓글이나 쪽지로 ‘적발 시 회원 자격 박탈’ 경고를 하고 있지만 거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대부분 익명 거래라 당사자 특정이 어렵고 차량 등록이나 현장 검사를 엄격히 하면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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