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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사도광산 강제징용, 日정부와 보이지 않는 전쟁 시작”

입력 2022-01-10 03:00업데이트 2022-01-1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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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사도광산…’ 책 펴낸 정혜경 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日, 유네스코 문화유산 추천후보로 “강제동원의 역사 지우려고 시도”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위원이 7일 인천 부평구 자택에서 조선총독부의 ‘지정연령자연명부’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이 명부에는 일본 사도광산에 끌려온 조선인 징용자 100명의 이름과 본적지, 출신지가 적혀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아버지는 머리에 흰 끈을 두르고 누워만 계셨어요. 베개 주변에는 늘 아버지가 토해낸 핏자국이 묻어 있었습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위원(62)이 최근 펴낸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선인)에 담은 강제징용자 고 홍동철 씨 유족의 증언이다. 홍 씨는 1939년부터 4년간 일본 니가타(新瀉)현 사도(佐渡)시 사도광산에 끌려간 뒤 진폐증을 앓아 1965년 45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 실태를 다룬 단행본 발간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정 위원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은폐했다”며 “사도광산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가만히 손놓고 지켜볼 수 없어 흩어진 자료를 모아 책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사도시는 일본 정부에 세계문화유산 추천서를 내면서 사도광산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했다.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 위원은 2019년 발표한 사도광산 조사보고서를 통해 광산 내 담배 공급업자와 조선총독부가 각각 작성한 ‘조선인연초배급명부’, ‘지정연령자연명부’를 처음 공개했다. 조선인 징용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근무시기가 적힌 조선인연초배급명부에는 1943∼1945년 강제 동원된 조선인 피해자 463명의 명단이 들어있다. 이는 국무총리실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조사위원회가 파악한 사도광산 피해자 148명 중 22명의 인적사항과 일치했다. 학계는 사도광산이 일본 정부에 제출한 체불임금 자료를 바탕으로 광복 직전까지 최소 약 1140명의 조선인이 사도광산에 동원됐다고 보고 있다. 정 위원은 “내가 찾은 자료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아직도 찾아야 할 사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 조만간 참여할 예정이다. 외교부를 주축으로 행정안전부와 국가기록원, 동북아역사재단이 사도광산의 강제동원 피해 실태를 조사한다. 정 위원은 관련 자료를 찾고 피해자 유족들의 구술기록을 모을 계획이다.

사도광산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 조사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일본 정부가 다음 달 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면 내년 중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다. 정 위원은 “일본 정부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며 “올해 말까지 조선인 강제동원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연구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천=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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