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반정부 시위 유혈극 뒤엔 전현직 대통령 권력다툼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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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대통령 공직 남아 막후 영향력
후계자로 지목된 現대통령 발끈
시위 빌미로 前정부 인사들 제거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경찰 총격 등으로 유혈극이 빚어진 카자흐스탄 사태가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8일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무장 경찰이 시위자를 제압하고 있다. 알마티=AP 뉴시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경찰 총격 등으로 유혈극이 빚어진 카자흐스탄 사태가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8일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무장 경찰이 시위자를 제압하고 있다. 알마티=AP 뉴시스
2일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100명 넘게 숨지고 5000명 이상이 체포된 카자흐스탄의 혼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러시아 주도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의 도움을 받아 주요 기반 시설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시위대와의 유혈 충돌에서 승리를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카자흐스탄 보건부는 시위 발생 후 사망자는 총 164명으로 알마티에서 103명이 숨졌고 이 중 어린이는 2명이라고 발표했다. 내무부는 이날까지 시위대 5135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사상자를 추모하기 위해 10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충돌이 토카예프 대통령과 그의 전임자이자 29년간 카자흐스탄을 독재 통치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측의 권력 다툼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평화적으로 시작했던 이번 시위에 갑작스럽게 ‘폭력적인’ 군중이 등장했으며,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카자흐스탄 유명 범죄조직 리더인 아르만 주마갈디예프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를 활용해 친(親)나자르바예프 인사를 제거하고 권력을 완전 장악하려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국은 나자르바예프 집권 시절 두 차례 총리를 지낸 카림 마시모프 전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장을 6일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고 8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대변인인 아이도스 우키바이는 이날 “현 상황이 엄중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넘겨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 전개에 대해 NYT는 독재자가 퇴진한 뒤 후임 정권이 분열하는 ‘독재자(strongman)의 딜레마’가 카자흐스탄에서 재연됐다고 진단했다. 퇴임 이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도 29년의 통치 기간에 후계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가족, 측근을 중심으로 1998∼2002년 약 5억3000만 파운드(약 8480억 원)어치의 영국 부동산을 매입해 공분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는 앞서 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도착했다가 발이 묶인 아시아나항공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들이 빨리 출국할 수 있도록 카자흐스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AP통신은 한때 시위대가 장악한 공항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이며 10일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카자흐스탄#반정부 시위#카자흐스탄 대통령#권력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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